[현장에서]개성을 다녀와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단행하기 직전인 지난달, 중소기업 CEO와 정부 관계자로 구성된 투자시찰단의 실무자로 개성을 방문하는 행운을 누렸다.

 떠나기 전날 밤 “아빠, 정말 북한 가는 거야” 하고 물어보던 딸 아이와 방북 당일 새벽 “정말 가긴 가는군” 하면서 냉랭하지만 걱정해주던 아내를 뒤로 한 채 목적지인 개성으로 출발했다.

 우리 일행은 개성에 입주한 13개 남한 기업 중 두 곳을 방문했다. 먼저 찾은 의류업체는 옷을 만드는 근로자들의 기술과 생산성이 향상돼 공장을 증축하고 근로자를 충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열심히 땀 흘리는 북한 근로자들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화장품용기 생산공장이었다. 기계에 남한 대기업 상표가 새겨져 있었고 완성품 박스 겉면에 제조지가 경기도 안양시로 표기된 것이 눈에 띄었다.

 공단 방문을 마친 후 문득 북한이 남북 접경지대인 개성의 문을 연 것은 큰 결단이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제도 측면에서 임금 지급 방법, 노동력 관리의 자율성, 통행의 편리성 등이 개선돼야 빗장을 푼 반대급부를 북한이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다.

 이 밖에도 남한 기업의 대북 반출 설비와 물자에 대한 제한, 개성 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원산지 규정 문제 등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 FTA 등의 지혜로운 타결을 통해 해결돼야 할 부분이다.

 공단을 떠나 고려 충신 정몽주의 충절을 느낄 수 있었던 선죽교와 개성 박물관 관람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두 곳의 유적지를 방문하며 ‘우리는 한민족이다’라는 생각을 속으로 수십 번도 더 되새겼다.

 서울에서 불과 60㎞ 거리밖에 안 되는 개성을 다녀오면서 북한이 하루빨리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기를 기대해본다.

 일본의 선제 공격설, 미사일 발사, 한·미 FTA 등 국내외 변수가 어떻게 정리될지 명확하진 않지만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 변화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변화가 우리에게 득으로 작용하고 남북경협에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남상욱 한국공학한림원 행정실장 nsu@naek.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