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다빈치 노트북

[클로즈업]다빈치 노트북

 ◇레오나르도 다 빈치 노트북=레오나르도 다 빈치 지음, 장 폴 리히터 편집, 루비박스 펴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가졌던 과학적 사고의 단면을 엿본다.’

 14∼16세기 르네상스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서양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라는 르네상스 3대 천재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르네상스를 이해할 수 없다. 나머지 둘에 영향을 준 다 빈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3대 천재를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바로 서양 문화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모나리자, 암굴의 성모, 최후의 만찬 등 명화로 유명하지만 지질·지지학·식물학·운하공학·기계학·해부학 등 과학 분야에서도 방대한 지식을 쌓았다. 그러나 그는 지인에게 보낸 여러 문건에서 볼 수 있듯 자신의 재능을 그다지 대수롭잖게 여겼기 때문에 알아 낸 것이나 생각을 책으로 만드는 것에는 무관심했다.

 다만 그는 “화가는 자연에 대해 대화와 경쟁 관계에 있다”고 말한 대로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의 증거로 37세가 되던 해부터 죽는 순간까지 당시의 모든 예술·과학을 아우르는 5000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육필 원고를 남겼다. 바로 이 원고가 우리를 불완전하게나마 세상에서 가장 신비스러운 예술가로 그에게 다가가게 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노트북’은 독일 미술사학자인 장 폴 리히터가 다 빈치의 원고에 직접 주석을 붙여 1883년 런던에서 펴낸 책 중 ‘미술론’과 ‘문학론’만을 미술·철학·기호학 등을 전공한 국내 전문가 9인이 번역한 책이다.

 1부 미술론은 선 원근법, 빛과 그림자, 회화예술의 실천 등으로 구성됐다. 각종 원근법에 대한 깊이있는 서술과 인체 비례를 정확히 묘사한 희귀 도판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연 500여년 전에 쓰여진 것인지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간혹 현대 물리학에 맞지 않는 내용이 등장하지만 독자는 오히려 그것을 통해 르네상스 세계관과 현대 세계관의 차이를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2부 문학론은 인간 다 빈치에 대한 이해를 돕는 편지, 개인 기록, 신변잡기, 사색 등을 담았다. 서신에서까지 작품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계속하고 있어 예술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꼼꼼함을 읽을 수 있으며 가계, 제자와의 사소한 문제 등에 대한 짧은 기록들은 그의 서민적이고도 인간적인 면모를 숨김 없이 드러낸다.

 특히 시녀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답례로 모피 외투를 준다는 유언을 읽노라면 독자는 천재의 소박함에 작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천재적인 재능, 날카로운 관찰력, 빠른 생각, 자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탐색으로 예술·과학 전 분야에 걸쳐 위대한 업적을 남겼으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잃지 않은 다 빈치야말로 르네상스 시대의 이상적 인간형인 ‘전인(全人, L’uomo universale)’일 것이다. 2만1800원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