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선이기는 하지만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IPTV 시범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한 데 이어 케이블TV사업자(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도 최근 통신사업자 대표단체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회원가입 의사를 타진해왔다. 여기에 정통부는 노준형 장관과 기간통신사업자 지위를 얻은 SO 사장단의 면담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끝없는 평행선을 달려온 통신과 방송진영 간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두 진영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일부에서는 “그래도 통신·방송 영역 융합을 기대할 수 있는 서막이 오르는 징후”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고 있다.
◇IPTV 공동시범 사업=정통부와 방송위의 이번 결정은 불과 몇달 전 상황과 비교해보면 크게 진전된 모습이다. 특히 IPTV 공동 시범사업은 새로 구성된 3기 방송위가 처리해야 할 첫 업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양측 실무선은 다음달 노준형 정통부 장관과 이상희 방송위원장이 주도하는 고위정책협의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세부안을 마련중이다. 방송위가 이미 6억원의 예산을 확보한만큼 정통부도 최소한 이 수준에는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여건도 나쁘지 않다.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은 오히려 시범사업 발주 절차를 간소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사와 통신사의 단일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해 일사불란한 추진동력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인프라 문제도 KT와 하나로텔레콤이 이미 IPTV 플랫폼을 구축해 놓아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공동 시범사업은 또 그동안 논란을 불러왔던 지상파방송 콘텐츠의 실시간 전송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해서인지 그간 IPTV를 격렬하게 반대해온 SO 업계에서도 “케이블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는 마당에 IPTV를 일방적으로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다소 전향된 견해가 나오고 있다.
◇통신사업자-SO, 상호 끌어안기 시작되나=KCT의 회원가입 의사에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측은 이를 개별 SO의 의중을 대변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KCT는 이달부터 기간통신사업자 지위를 획득한 SO가 인터넷전화(VoIP) 사업을 위해 공동출자한 컨소시엄 형태의 법인이다. 물론 KCT는 특정 SO가 주도하는 사업자라는 점에서 전체 SO의 의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일부 견해도 있다. 연합회 측의 고민도 없는 것이 아니다. 연합회 측은 개별 SO나 KCT가 비록 제도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자 지위를 얻기는 했으나 회원사(기존 통신사업자)와의 관계가 서먹서먹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다.
그러나 무작정 반대하기도 힘들다. 한 예로 정통부는 가능한 한 법적 테두리에서 일관된 정책 지침을 하달하는 등 공식 창구가 필요하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연합회는 사업자 협의체인만큼 SO의 회원가입 승인 여부는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연합회가 아니더라도 기간통신사업자가 된 SO나 KCT 모두 동일한 통신사업자 지위에서 정책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에 통신사와 공통 창구를 마련하는 게 긍정적일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아직은 깊은 골=KT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둘러싸고 SO와 법리 다툼을 벌이고 있다. SO는 전주 및 관로 사용을 둘러싼 KT 소송에 “무단 사용이야 적법한 요구지만 기존 사용요금 인상은 터무니없다”며 “공정위원회로 가야 할 사안”이라고 꼬집는다. 최근에는 케이블TV서남방송이 KT를 불법송출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도 했다.
새로 출범한 3기 방송위도 아직은 방송위사무처 노조와의 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양측 모두 이제는 대화 상대이자 때에 따라서는 동맹군이 될 수 있다고 조금씩 인식을 바꾸고 있다. 특히 통신과 방송의 골 깊은 불신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자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어느 쪽이든 ‘포용 정책’과 ‘타업종에 대한 이해’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