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서비스 유료화가 수신제한시스템(CAS) 표준화 논란에 발목이 잡혀있다. 유료 서비스 핵심인 CAS는 앞으로 지상파DMB 사업자가 새 유료 부가서비스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솔루션이다. 그러나 표준화를 놓고 6개 지상파DMB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뒤틀리면서 표준화기구 간 갈등으로 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논란 현황=지상파DMB는 현재 무료로 TV와 라디오방송을 제공중이지만 앞으로 양방향 데이터서비스 등 부가 서비스는 유료화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첫 유료모델로 꼽히는 게 교통정보 서비스. 표준기구로는 정통부 기술 규격을 따르는 DMB프로젝트그룹과 산자부의 KS표준을 지향하는 TPEG포럼코리아(TFK)가 있다. DMB프로젝트그룹이 추진하는 ‘DMB CAS’는 DMB 부가 서비스용이고, TFK의 ‘TPEG CAS’는 교통정보 서비스용 솔루션이다.
DMB프로제트그룹과 TFK를 함께 이끌고 있는 이상운 의장은 “두 그룹이 상호 협조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DMB프로젝트그룹 측에서 TPEG CAS 단일안을 마련하고, DMB CAS와의 호환성을 확보하면 병행 표준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S-MBC 갈등=KBS는 현대자동차와, MBC는 SK와 각각 제휴를 맺고 교통정보 서비스 준비중이다. 두 진영은 시장 선점 차원을 넘어 누가 먼저 신규 서비스를 주도할 것인가라는 자존심 경쟁까지 펼치는 상황이다. 문제는 KBS 진영이 제안한 암호화 알고리듬에 대해 TFK 측이 ‘TPEG 규격에 안 맞는다’며 사실상 표준화를 거절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KBS는 MBC가 TFK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의구심을 품고 있다.
MBC는 TFK와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표준작업과 솔루션 개발을 진행해왔다. MBC는 특히 TFK가 DMB프로젝트그룹 측에 제안한 TPEG CAS 표준안을 바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DMB프로젝트그룹이 사업자 간 단일안을 요구하는데 대해 KBS 측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SBS와 YTN DMB 등도 교통정보 서비스를 위해 자체 CAS를 준비중이다. 사업자 간 대타협이 없는한 TPEG 상용화는 서로 상대방을 방해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형국이다.
◇사업자-제조업체 갈등=지상파DMB 사업자들은 TPEG 상용화가 최우선이지만 제조사에게는 ‘1개 단말기 1개 CAS’가 대체적인 정서다. MBC는 ‘DMB CAS가 TPEG의 다양한 서비스를 별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못한다’며 기술적 결함을 지적했다. 반면 제조업체들은 2종의 CAS를 각각 이식하는데 따른 비효율성이 고민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두 표준화기구가 TPEG CAS 병행을 의결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오는 26일 회의에서 DMB CAS가 MBC의 지적사항을 기술적으로 해소할 지를 점검하고 가능하다면 DMB CAS 단일로 갈수도 있다”고 말했다.
◇갈림길은 ‘26일’=DMB프로젝트그룹은 26일 DMB CAS 초안과 TPEG CAS 초안을 심의 의결할 방침이다. 10월까지 DMB 표준 문제를 모두 매듭짓기 위해서는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상운 의장은 “KBS와 MBC가 단일안을 가져오면 TPEG CAS 초안이 통과될 것이고 같은 날 DMB PG내 CAS실무반에서 DMB CAS 초안도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