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해 온 지역 전략산업의 간이평가가 실시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과 6월 두달간 작업 끝에 최근 분석보고서를 내놓았다. 참여정부가 자립형 지방화를 기치로 지난 2003년 정책을 실시한 이후 처음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정책이 실시된 지 3년이 훨씬 넘은 시점에서, 그것도 정식평가가 아닌 간이분석이 이루어진 점은 아쉽다. 따지고 보면 8년 만이다. 지역 전략산업의 전신은 국민의 정부 시절인 지난 1999년의 지역별 특화산업 지원정책이다. 참여정부 들어서만 지금까지 총 2조원의 국고가 투입된 대형 정책치고는 평가와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지역산업 육성이라는 장밋빛 비전 아래 구체적인 정책의 공과가 묻히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이루어진 간단한 간이평가에서도 문제점이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광역 시도에서 그동안 선정한 지역 전략산업은 총 52개다. 이중 이번 평가대상에 포함된 제조업 분야 32개 가운데 정책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21개로 66%에 그쳤다. 나머지 11개 지역 전략산업은 정책효과가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인만큼 어느 정도의 실패는 불가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비록 중간 간이평가라고는 하나 정책 실패율이 30%가 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실패의 요인마저 반복되고 있다. 지난 1999년 국민의 정부가 IMF로 황폐해진 지역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급조하다시피한 지역 특화산업이 비판의 도마에 오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당시 실패로 끝난 부산의 신발과 대구의 섬유를 지역 특화산업으로 선정한 것은 악화된 지역의 민심에 매몰돼 급변하는 국내외 산업동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각 지역 특성보다 IT·BT 등 이른바 유망산업에 매달려 지역 간 중복이 심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러다 보니 한 지역에서도 특화산업 간 연관성이 떨어지는 기현상마저 발생했다. 이번 산업연구원의 분석보고서에도 이 세 가지가 똑같이 지적됐다. 실패한 정책에 대한 학습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플러스 효과가 있다는 21개 산업의 평가도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책효과를 판단하는 기준이 전국 평균과 수도권과의 상대 비교에 근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규제해온 것을 고려하면 비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GRDP)과 제조업 생산 연평균 증가율이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평균보다 높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년간 수도권의 GRDP는 6.1%로 이전의 9.9%보다 훨씬 떨어진 것으로 이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제조업 생산 연평균 증가율도 같은 기간 7.3%로 이전의 6.5%와 비교해 크게 나아진 게 없다.
지역 전략산업은 참여정부 국정과제인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근간이다. 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상당한 저항을 감수하고 행정수도 이전, 지역 혁신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중앙기관을 분산시키고 혁신도시를 지어봐야 해당지역의 먹거리가 없으면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산업연구원이 보고서에서 지적했듯이 지역 전략산업 정책에 한시바삐 더욱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지역별로 먹거리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솎아내 소중한 국고 낭비를 막고 가능성 있는 곳에 집중시켜야 한다. 해당지역도 달라져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중앙의 지원은 한때의 단비에 불과하다. 그보다 모태기업과 연관기업을 유치시키 위해서는 기업을 위한 지원과 서비스, 인력양성, 교육과 복지 등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