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가전회사인 하이얼이 한국에서 톡톡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하이얼 한국법인인 하이얼전자판매의 허위·과장광고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세계 2위 가전회사’ ‘냉장고 세계 1위 생산, 판매사’임을 강조하던 하이얼에 철퇴를 가한 것. 중국 기업이, 그것도 하이얼과 같은 대형 업체가 한국에서 공정위 제재를 받기는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하이얼은 LG전자가 제출한 ‘2in1’ 상표권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으로 장기간 법적 시비를 가려야 할 처지다. 단순히 옳고 그름을 떠나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하이얼에서 저지른 일이므로 어쩔 수 없다”는 공정위 관계자의 지적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
하이얼은 매출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간판제품인 에어컨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대형 유통점으로는 유일하게 하이얼 에어컨을 판매하는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가 정점을 이루던 2주 전에도 하이얼 에어컨은 거의 나가지 않았다”며 “목표치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그래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만큼 구색 갖추기성으로 판매는 계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이얼이 중국 대표의 가전기업이라고 하지만 결코 한국이 만만한 시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차이나 디스카운트’를 차치하고라도 한국 소비자의 힘은 대단하다. 소비자 의견에 따라 품질이 결정되고, 상품 컨셉트까지 바뀐다. 한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기에 한국은 ‘안테나숍’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월마트·카르푸와 같은 세계적인 유통업체가 유일하게 한국에서 무너진 것도 소비자를 최우선시하는 기업 마인드에 익숙하지 못했던 탓이다.
하이얼이 한국 시장에서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출발선상에 서야 한다. 도덕적인 재무장은 기본이고, 한국 소비자에 걸맞은 고도의 마케팅 전술도 필요충분조건으로 따라와야 한다. 이것만이 하이얼에 걸고 있는 한국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길이다.
디지털산업부·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