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 아이팟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도전장을 던졌다. 과거 OS시장에서 애플을 꺾었던 MS의 빌 게이츠 회장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도 또 다시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MS는 아이팟의 대항마로 코드명 ‘준(Zune)’이란 독자 브랜드의 MP3P 출시를 준비하는 중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준’이란 MP3P의 최대 장점은 무선 인터넷(와이파이)을 통해서 각종 음악·동영상을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는 것. MS는 오는 성탄절 시즌에 맞춰 ‘준’을 시판하는 한편 애플의 아이튠스와 비슷한 콘텐츠 다운로드 서비스도 비슷한 시기에 공개할 예정이다.
MS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석권한 애플의 아성을 흔들기 위해 과거 PC시장에서 사용했던 라이선스 전략을 그대로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0년대 애플이 기술적 우위를 자신하며 폐쇄적인 OS체제를 고수한 반면에 MS는 매킨토시를 모방한 윈도시스템을 라이선스하는 포위전략으로 시장을 석권한 바 있다. 따라서 MS는 이번에도 휴대형 엔터테인먼트 기기의 표준을 장악하기 위해 여타 MP3P업체는 물론이고 카오디오·휴대폰·게임기·PC 제조사에도 관련 기술을 라이선스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럴 경우 나홀로 전략을 고수해온 애플은 시장점유율이 크게 줄게 된다.
MS는 연말께 출시할 MP3P의 가격대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팟과의 경쟁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판매가격을 대폭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준’ 고객들에게 음악·동영상·게임 등의 콘텐츠 판매로 수익을 얻는다는 전략이다. 이미 시제품 사진이 인터넷에 떠도는 준의 또 다른 장점은 전문 음악가들의 창작활동을 돕는 다양한 솔루션을 함께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MS가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애플의 아성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스의 콤비로 관련 시장을 석권한 상황에서 MS가 아무리 많은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어려운 싸움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마이클 가텐버그 주피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아이팟이 선점한 시장지위와 역사를 고려할 때 MS의 시장 진입은 애플에 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 맥과이어 가트너그룹 애널리스트도 “소니도 독자적인 MP3P와 다운로드 서비스로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실패했다”면서 “애플은 MS의 시장진입을 오래 전부터 예상해왔고 준의 출시일정에 맞춰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