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의 재고 조정 압력이 거세지며 세계 경제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미국·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됐다.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PC 생산이 감소하면서 미국, 일본, 대만 등의 전자부품 재고가 덩달아 증가하고 여기에 미국의 경기 퇴보 분위기 마저 편승해 세계 IT시장의 재고 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6월 경기 동향에 따르면 전체 경기 대비 IT 경기 둔화 폭이 1.85(1을 기준)로 거의 2배 가깝게 급증했다. 지난 4∼5월 기간 동안 세계 반도체 출하액은 1∼2월 기간 대비 2.4% 감소하는 등 계절적인 요인에 의해 재고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본은행이 매월 발행하는 경기전망 통계 보고서인 ‘금융경제동향’ 최신판에서도 지금까지 거시경제를 톱으로 다룬 것과는 달리 ‘IT분야 재고·출하 움직임’이 커버스토리를 장식했다. 일본은행은 전반적인 세계 경제는 견조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IT분야의 재고 조정이 경기 침체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세계 광공업 생산통계 역시 지난 5월 전자부품·디바이스 재고 수치가 132.8(2000년 평균=100)로 전월 대비 6.3% 상승하며 6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IT분야의 생산 증감폭이 커지면서 대규모 생산 조정에 의해 세계 경기 전체가 급속히 냉각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지난 2000년 IT 버블 붕괴 이후 내수 경기도 급속히 퇴보해 이듬해 3월 일본은행이 ‘양적금융완화책’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재고가 쌓이는 것은 대만 등지에서 PC 및 모니터의 생산을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IT 전문가들도 “현재 세계 경제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인텔, 휴렛팩커드 등 대기업들의 생산 계획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IT 부품업체들의 재고가 증가하는 실정”이라고 경고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