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OTRA를 위한 변명

 지난 9개월 동안 진행된 감사원의 KOTRA 감사가 지난 21일로 마무리됐다. 아직 감사원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KOTRA의 해외 무역관 조직을 30%가량 축소하는 내용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KOTRA는 감사결과 권고안이 통보되는 대로 후속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 절차와 의견수렴은 있겠지만 큰 방향에서 감사원의 권고안을 피해가기는 힘들 것이다. 그 동안 ‘감사’받느라 조직이 녹초가 된 만큼 어쩌면 홀가분하게 다시 시작하자는 기분일지도 모른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존중돼야 한다. 감사원은 정부 산하기관에서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정확히 진단·평가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국가기관인만큼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데는 충분한 근거와 원칙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아쉬운 점이 있다. 실제 KOTRA 해외무역관이 30% 축소될지 아니면 다른 대안이 만들어질지 두고볼 일이지만 감사원이 혹시 KOTRA 해외 무역관을 단기 효율성의 잣대로만 판단하지는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

 물론 KOTRA 102개 해외 무역관 중 투입 비용에 비해 성과가 미흡한 지역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감사원의 평가를 빌리지 않더라도 가끔 ‘KOTRA가 뭐 하는 조직이냐’고 투덜대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을 만나기도 한다. 또 어떤 기업이든 해외에 나갈 때 KOTRA의 문을 두드리지만 만족했다는 사례를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대로 KOTRA 해외조직은 국가의 수출 인프라나 마찬가지다. 수출 지원효과가 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수출이 어렵다는 말도 된다. 쉽게 수출성과가 난다면 굳이 정부에서 지원기관을 만들 이유가 없다. 또 축소대상이 주로 1인 무역관이라고 하는데 말이 1인이지 이미 많은 현지인을 고용해 현지 정부와 기관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KOTRA 현지 무역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중소기업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없애기는 쉽지만 다시 만들기는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필요할 때 만들려면 이미 늦다. 나중에 다시 만들 이유가 없다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감사원의 권고도 수용하면서 국가 수출인프라를 어떻게 효율화할지를 두고 정부와 관련기관이 다시 머리를 맞댔으면 싶다.

경제과학부=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