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영상지도 규제 풀어야

[열린마당]­영상지도 규제 풀어야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강국으로 부상하기까지 기여해 온 많은 분야 가운데 위치정보를 다루는 공간정보 산업이 있다. 지리정보시스템(GIS)·위치기반정보시스템(LBS)·차량항법장치(CNS) 등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주변에 와 있는 공간정보 산업은 위성항법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위치정보 서비스와 연관돼 있다. 지난 94년부터 추진된 국가지리정보시스템(NGIS) 구축사업의 결실로 우리는 다양한 지도정보를 확보하게 됐다. 그리고 90년대 후반 40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규모는 지도정보와 IT 융합으로 급속히 확산돼 현재 3조원, 4년 후인 2010년에는 10조원으로 예측되면서 급속히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달 28일 발사되는 아리랑2호가 가동되면 과거 냉전시대 첩보위성 수준인 1m 크기의 물체까지 구별하는 지도 제공도 가능해져 국내 공간정보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공간정보 시장의 성장에서 커다란 걸림돌은 바로 정부의 보안규정이다.

 이는 어느 나라에나 있는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현실성 없는 규정은 오히려 제반 산업육성에 장애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6.6m보다 정밀도가 높은 영상지도, 즉 1m 나 2m 크기의 물체를 보여주는 영상지도는 보안문제로 민간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를 사용하려면 보안담당기관을 방문해 보안대상 시설물을 삭제하고 유사한 시설물을 삽입하는 위장처리를 해야 하며, 이러한 제반 절차에 3개월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신속한 데이터 유통과 높은 정밀도를 필수로 하는 민간기업이 고정밀 위성영상을 이용한 사업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영상 위장처리는 상업적 가치를 떨어뜨린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학교육을 위한 고정밀 영상지도의 사용도 매우 어렵고 따라서 차세대 공간정보 산업을 지고 나갈 인재 양성은 요원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극소수 사회주의 국가 외에는 이러한 고정밀 영상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다. 미국은 50㎝보다 높은 정밀도의 영상만을 제한하며 일본에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심지어 구글어스닷컴(http://earth.google.com)과 같은 해외 웹사이트에서는 누구에게나 청와대와 같은 핵심 국가보안 시설물을 1m의 고정밀 영상지도로 제공하고 있다. 그만큼 고정밀 영상지도가 일상화돼 있어 규제근거인 ‘국가 안보’라는 설득력을 희석시키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보안규정은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우선 영상지도에서 6.6m라는 정보공개 제한 이 없어져야 한다. 굳이 안보 등을 이유로 존속시켜야 한다면 미국과 같이 차세대 상용위성이 제공할 50㎝보다 높은 정밀도를 규제대상으로 해야 한다. 나아가 기존의 보안대상 시설물도 대폭 줄여야 하며 보안처리 절차 역시 부분 자동화로 최대한 줄여야 한다. 나아가 실세계 좌표정보도 제공해 좌표확보를 위한 사용자 노력을 줄여주고 상업적 가치도 높여야 한다.

 또 위성영상통합관리센터는 웹 기반의 유통망을 구축해 10여개 정부기관은 물론이고 공공기관·대학·연구소 등 비영리기관에도 영상을 제공해야 한다. 세금으로 구입한 값비싼 영상을 소수 국가기관만이 보유하는 것은 예산낭비이자 기존 국가보안규정에 의거한 경직된 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나아가 동북아지역을 포함한 위성영상을 공동으로 획득하고 활용하기 위해 국가간 협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한 고정밀 영상지도 활용 촉진이 이뤄질 때에 비로소 △신기술 개발 △수요 창출을 통한 시장 확산 △차세대 공간정보산업을 위한 인재 양성 교육에 활용 △u코리아에 대비한 국토정보 인프라 구축 등과 함께 지속적인 공간정보 산업 발전이 가능하리라 본다.

 끝으로 규제개혁위원회까지 설치한 정부의 노력이 선거용이나 홍보용이 아닌 참된 국가 산업발전과 기술경쟁력 우위를 위한 실천적 규제개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김계현 한국공간정보시스템학회장(인하대 교수) kyehyun@in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