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이름을 내걸고 다양한 디지털 기반 제품과 서비스가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방송과 통신을 융합한 DMB폰, 통신과 금융을 융합한 모바일뱅킹 등은 대표적인 디지털 컨버전스 사례다.
하지만 사용자 중심의 유비쿼터스 환경 실현을 고민해온 나는 요즘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을 지켜보면서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최근 컨버전스는 단말기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컨버전스, 방송·통신·인터넷을 연동하는 네트워크 컨버전스와 같이 여전히 공급자가 콘텐츠·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일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 사용자 중심 유비쿼터스 환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간·컴퓨터 인터페이스의 한계를 해결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사용자가 머무는 공간을 개인화된 융합공간으로 구축해야 한다. 즉, 공간 스스로 사용자와 환경을 모니터하면서 사용자의 필요(목표)를 인지하고 이를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각종 융합능력을 발휘, 개인 맞춤 솔루션을 실시간 제공하는 이른바 ‘동적인 지능공간’이 돼야 한다. 이런 사용자 중심 공간은 ‘스페이스 컨버전스’로 명명할 수 있다.
스페이스 컨버전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차원의 융합을 고려해야 한다. 물리적인 공간(피지컬 스페이스)과 논리적인 공간(로지컬 스페이스)의 융합이다. 먼저 물리적인 공간 융합을 위해서는 특정 구역의 사물이나 장치가 상호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또 이용목적에 따라 근거리 무선네트워크와 와이브로 같은 랜 기반의 원거리 무선네트워크 간 전환이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논리적인 공간은 다양한 서비스 도메인 애플리케이션이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자 요구에 따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웹서비스를 비롯한 미들웨어를 자유롭게 채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서비스 구성과 제어가 쉬워야 한다.
이런 물리적·논리적 공간을 융합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 즉 어떤 일을 하게 될 때 목표를 설정하고 상황을 인지하고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등의 인간행위를 닮은 높은 수준의 자율 컴퓨팅 메커니즘이 제안돼야 할 것이다. 이미 IBM은 이러한 기능을 결합한 ‘오토노믹 컴퓨팅’ 프로젝트를 몇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으며 그 일부를 금융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업은 공간 융합을 최대한 반영한 ‘유비쿼터스 지능공간’ 구축을 지향하고 있다. 정부는 u시티를 아우르는 물리적 공간 융합을 위해서는 u존 마스터를, 논리적 공간 융합을 위해서는 u서비스 플랫폼(USPi)을, 이 두 공간의 융합을 위해서는 인간 사회의 운영 개념을 닮은 사회 네트워킹 기능 커뮤니티 컴퓨팅 모델을 제안하고 있다.
공간 융합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다른 공간의 연결은 물론이고 공간을 복제하거나 공간 내 자원을 공유하고, 요구에 따라 공간을 개인화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쉽게 말해 내가 있는 곳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바꿀 수 있는(Where I want to be, where I am)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공간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현재 유비쿼터스 지능공간 연구는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지능공간 연구는 말 그대로 공간이라는 5차원·6차원을 다루고 있으므로 실험실을 벗어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시민·각계 전문가와 만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요구사항을 수집, 설계해야 할 것이다. 또 다양한 서비스에 USPi 지능공간 모델을 접목하는 노력만이 진정한 u시티 구축을 앞당겨 줄 것이다.
◇ 조위덕 아주대학교 교수, chowd@aj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