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통부와 `위피`위기론

 무선인터넷 표준 플랫폼인 ‘위피’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업계가 시끄럽다. 한쪽에서는 이미 실패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놓는가 하면, 이제부터 다잡으면 생존의 길은 찾을 수 있다는 희망론도 들려온다.

 표준화 과정에서 방향을 잡지 못한 이통사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외산 소프트웨어를 채택할 때는 기꺼이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면서도 국산 위피를 탑재할 때는 약간의 기술지원 비용을 내는 데에도 인색했던 휴대폰 제조사를 향한 원성도 크다. 위피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했던만큼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원인분석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주체가 정보통신부다. 표준 플랫폼 의무 탑재를 결정하고 이를 상호접속 고시에 명문화한 당사자기 때문이다. 업계 자율표준과 정부가 강제로 만든 표준은 엄연히 다르다. 위피 출발 초기에 정통부 의지는 그만큼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를 보면 통상압력을 무릅쓰고 의무화를 결정할 당시의 의지는 어디로 갔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정통부는 업계 자율을 강조하지만 시장의 자율통제 기능이 활성화됐다면 위기 자체도 없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서 출발한다.

 다행히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당국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주도로 ‘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한 모임’이 마련된다고 한다. 오늘은 노준형 장관과 콘텐츠 업계의 간담회 자리도 마련된다. 위피진흥협회·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도 참석한다. 이 자리가 형식적인 모임이 아니라 시장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기회가 되기 바란다.

 위피 논란은 사실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와이브로·HSDPA 등 신규 통신서비스의 성패는 데이터서비스 활성화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데이터 서비스의 핵심인 플랫폼 전략을 새로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표준과 기술발전 중 분명한 목표를 정해 우리가 가진 재원을 쏟아부어도 글로벌 선진기업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벌써부터 시장에서는 국가가 앞장서 이룬 표준화가 얼마나 비현실적인 선택이었나 하는 비판이 제기됐다. 위피 위기론이 정책 실패라는 최악의 결론으로 끝나지 않기 바란다. IT산업부·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