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건전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https://img.etnews.com/photonews/0607/060727014813b.jpg)
대·중소기업이 상생협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앞장서고 있고 언론도 대체로 호응하고 있으며 기업들도 적극 따라오는 것 같다. 중장기적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생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에 어느 정도 동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마뜩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이 시장원리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존재하고, 대기업의 호주머니를 털어 중소기업에 나눠주려는 분배정책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상생협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과거 고도성장 시기에 우리 경제의 경쟁력은 양질의 저임 노동력에 기반을 둔 가격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저임 노동력은 고갈됐고 값싼 제품은 동남아국가들에 자리를 물려주게 됐다. 경제성장의 원천을 저임 노동력이 아니라 기술개발과 혁신에서 찾아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외환 위기가 오히려 계기가 돼 우리 경제는 혁신주도형 경제로 전환되고 있다. 이미 대기업은 세계 유수의 글로벌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겨룰 실력을 갖추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러나 대기업은 수많은 중소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조달받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제고되지 않는다면 대기업의 앞날도 보장되지 않는다.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은 개별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사례는 대·중소기업 간 신뢰에 기초한 협력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장함을 보여준다. 우리 대기업의 실력은 미덥지만 대기업 혼자 잘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기업에는 자신을 신뢰하고 따라줄 더 많은 능력 있는 중소기업이 필요하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상생협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 경제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상생협력은 기업의 자발적인 이해관계에서 출발한다. 대·중소기업 관계의 본질은 민간기업 간 경제적 이해관계다. 기업들은 자사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경제적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중소기업 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데에는 원천적인 한계가 있다.
정부도 대·중소기업 관계에 직접 개입할 의사는 없는 듯이 보인다. 과거에는 정부가 대·중소기업 문제를 주로 규제와 개입을 통해 풀려고 했었다. 이에 비해 현 정부는 기업들이 스스로 경제적 이해에 입각해 동반자적 관계를 형성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자세에서 출발하는 정책은 시장원리의 훼손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입각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대기업에 호주머니를 털라고 요구할 필요가 없으며 그렇게 하고 있지도 않다. 상생협력은 정부의 행정적 개입이나 법·제도적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의 경제적 동기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상생협력 정책은 분배정책이 아니다. 하지만 기업과 정부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많다.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상생협력 없이는 글로벌화된 경제에서 경쟁력을 유지·제고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위험만 전가해서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형성될 수 없다. 위험과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상호 간의 신뢰를 공고히 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혁신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대기업의 동반자로서 자질을 갖춰야 한다.
정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이 진전될 수 있는 환경 조성 및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들의 상생협력 노력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대기업의 호주머니 털기 정책이라는 오해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정책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신뢰가 없으면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juhyeon@kie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