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는 끝났다(The party is over)= 중동의 군사적 위기 속에 국제유가가 연말께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우리가 매일 의존하는 석유는 언제까지 사용 가능한 것일까? 이대로 기름값이 한없이 올라간다면 우리 자손들은 언젠가 혹독한 시련을 겪지는 않을까.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지난 100년간 세계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던 석유시대, 그 흥청거렸던 파티는 이제 우리 눈앞에 서서히 끝자락이 보이고 있다.
이 책은 석유시대의 종말과 현대문명의 미래라는 부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임박한 석유자원의 감소와 이에 따른 현대문명의 위기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수작이다. 지난 세기 석유와 전쟁이 얼마나 밀접했는지, 석유 공급을 통제하려는 열강들의 경쟁이 야기할 중동과 중앙아시아에서 새로운 자원전쟁의 가능성도 고찰하고 있다. 또 산업시대의 발전에서 화석연료의 중요한 역할을 추적하면서 태양열·풍력 등 대체 에너지가 석유를 어느 정도까지 보완할 수 있는지도 심도 있게 분석한다. 이처럼 방대한 석유문명 실체 분석을 통해서 저자는 석유고갈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주장한다. 각국 정부가 파티가 끝났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느린 속도의 지속가능한 사회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봐도 석유생산은 2010년경 절정에 이르렀다가 이후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예전처럼 석유값이 떨어져서 값싸게 자동차를 운행하고 공장을 돌릴 시절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처럼 엄청난 현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낭떠러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과거 석유기업을 운영했던 미국의 정책결정자들도 ‘파티가 끝났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불편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제체제로 전환하기보다는 새로운 석유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는 일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의 현대문명은 가난한 서민도 과거의 국왕에 버금가는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생태학적 위기에 봉착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전 세계 인구의 5%도 안 되는 미국이 세계 화석연료 소비량의 4분의 1을 쓰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책임도 강조한다.
어차피 불은 꺼지고 파티도 막을 내릴 것이다. 21세기의 첨단문명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집집마다 태양광 전지를 달고 가축을 키우며 생필품의 상당부분을 자급자족하는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 리처드 하인버그는 저널리스트이자 캘리포니아 뉴칼리지의 지도교수로 ‘에너지와 사회’ ‘문화와 생태학 그리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에 관한 강좌에서 현대문명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기름값이 다시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지만 석유시대의 종말을 선언하는 저자의 우울한 예언은 분명히 귀를 기울일 가치가 있다.
리처드 하인버그 지음, 신현승 옮김, 시공사 펴냄 1만8000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