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지난 2003년 출범 이후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을 통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창출’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가 신성장동력 산업 선정을 위해 수많은 난상토론과 회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IT839’라는 걸출한 ‘옥동자’가 탄생했다. 정부 역시 IT839 과제를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 각종 협의회·협회·포럼 등 다양한 ‘유모’를 발굴, 채용했다.
옥동자에게 먹일 새로운 이유식도 개발했다. 각종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여기에다 과외(산업기반 조성)도 시키는 등 옥동자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옥동자는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면서 말을 배우고 걷기 시작했다. 어느덧 우리나라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등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옥동자가 의외로 빨리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것이다.
내가 속한 텔레매틱스산업협회 역시 이때 출범했다. 텔레매틱스는 IT839 과제 가운데 하나다. 국내에 텔레매틱스 서비스가 선을 보인 지는 5년째다. 외형적으로 이동통신 3사와 자동차 회사가 텔레매틱스 마케팅과 홍보에 본격 나서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방송사까지 교통정보 서비스 프로토콜(TPEG) 기반의 텔레매틱스를 앞세워 경쟁에 가세할 태세다. 뭔가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그동안 ‘지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일방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언젠가는 텔레매틱스의 킬러앱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업계를 대표하는 텔레매틱스산업협회 역시 우리나라의 IT정책에 자부심을 갖고 관련정책을 자랑스럽게 해외에 전파하는 일에 앞장서 왔고 최근에는 이런 노력의 결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회원사는 중국 등 해외로 눈을 돌려 신규 서비스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때문일까. 정부가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기술 발전속도 및 수요 조사를 거쳐 새로운 양육법을 개발해낸 게 다름 아닌 u-IT839이다. 그러나 u-IT839는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아이(산업)에게 걷고 뛰기를 재촉하는 느낌이다. 또 자립기반을 갖추지 못한 아이에게 독립을 강요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제 차세대 먹거리라는 식단 포장에 급급하기보다는 요리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밥을 지을 때 최소한 뜸은 들이고 나서 불을 빼야 하지 않겠는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나 산하기관의 관심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산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 역시 줄어든 느낌이다. 이러다 보니 텔레매틱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던 벤처기업이 하나둘씩 멀어지고 있다.
조금 더 후원하고 애정을 쏟아주기 바라는 업계 종사자의 바람이 너무 큰 것인가.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텔레매틱스 정책과 관련해 해외 기업이나 기관의 문의를 받는 것이 두려울 지경이다. 차마 텔레매틱스 산업활성화 정책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텔레매틱스 업계 종사자의 희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박하기 그지 없다. 제대로 된 정책목표와 중단 없는 추진으로 텔레매틱스 분야에 몸담고 있음을 자랑스러워 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칭기즈 칸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꿈이지만,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다. 나는 내가 꾸는 꿈을 우리 민족이 꾸게 하였고 그로 인해 대제국을 건설한 칸이 됐다.”
u-IT839 정책을 믿고 열심히 따르는 이들이 이제 막 꿈꾸기 위해 청하는 잠을 정부가 앞장서 깨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배효수 텔레매틱스산업협회 국장 huntbae@kotb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