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입니다. 워낙 중책을 맡은지라 (앞으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큽니다.”
지난 26일 LG텔레콤의 새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된 정일재 사장은 27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발탁’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 사장은 이번 이사회 결정이 “통신서비스 사업을 (그동안 관리는 해왔지만) 이제는 책임지고 해야 하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당분간은 LG텔레콤을 안정화시키고 현재 불거져나온 문제를 수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사장을 맞이한 LG텔레콤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현 사업·조직구도를 유지한 뒤 내년부터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사장은 전 직장인 LG지주회사에서 그룹 내 서비스 부문을 관리하던 시절부터 사업에 관한 한 줄곧 ‘명쾌함’을 강조해왔다. 단적인 예가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데이콤에서 LG파워콤으로 떼낸 일이다.
당시 LG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네트워크를 파워콤이 갖고 있는데 왜 데이콤이 초고속인터넷 사업을 계속 하려 하냐”면서 명쾌하게 교통정리를 했다는 후문이다. 통신사업 비전에 대해서도 그룹 내부의 회의적인 시각과 달리,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견지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관리형 CEO 스타일이긴 하지만 전임 남용 사장과는 또 다른 유형의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점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일재호’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정 사장의 배경과 스타일에 따라 그동안 다소 소원한 감이 없지 않던 그룹과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그룹 모회사 격인 LG전자와는 휴대폰 개발 지원 등의 측면에서 더 탄탄한 공조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EO 교체 후 빠르게 안정화를 꾀하고 있는 LG텔레콤은 그룹의 이 같은 의중과 신임 정 사장의 색깔을 반영, 연말께 적지 않은 규모의 조직 개편도 있을 전망이다. 정 사장은 “지금은 짐 싸느라고 정신이 없다”면서 “좀 적응하고 나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천천히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28일부터 LG텔레콤에 정식 출근해 공식 업무를 수행한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