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8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우리나라 휴대폰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휴대폰 산업에 대한 위기의식 탓인지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이 주재한 이날 간담회는 시작 전부터 비장감마저 감돌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평소 말을 아꼈던 CEO들까지 마음 속에 담아 뒀던 고충과 그들 나름대로의 해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비공개로 간담회가 끝난 뒤 정통부는 모바일 테스트베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로 하는 지원책을 발표했다. 휴대폰 업체들이 당장 이용할 수는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매우 필요한 조치라고 여겨진다.
아쉬운 게 있다면 휴대폰 산업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금융권 시각을 전환시킬 수 있는 대책이나 중소 휴대폰 부품 업체 지원 또는 육성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브이케이 부도 이후 일부 중소기업은 금융권의 여신 회수 압력에 시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 휴대폰 업계 CEO들이 최근 가장 많이 인용하는 인기(?) 속담도 생겼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얘기다. 그만큼 기업경영 과정에서 고충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이 우리 휴대폰 산업의 위기론을 거론한다. 휴대폰 산업은 정말 위기인가.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인가. 그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이 새로운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저가폰 시장 대응방안과 원가 경쟁력, 히트상품 등에서 노키아·모토로라·소니에릭슨에 일부 비교우위를 잃었던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 게다가 중소기업들은 미래의 경쟁 상대인 중국·대만 등 해외 기업에 넘어가고 있다. 휴대폰 연구개발 인력들의 생계형 이직도 가속화되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과거 우리 기업들의 거센 도전에 추락했던 모토로라가 ‘레이저’를 앞세워 응전을 했듯, 이제는 국내 기업들이 저력을 발휘할 때가 된 것 같다.
IT산업부·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