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컴퓨터·반도체·LCD 등 전기전자제품의 수출이 작년 대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산성도 악화되고 있다. 더구나 이러한 경향이 고착될 우려마저 있다고 한다.
물론 세계시장 가격하락과 환율인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정부와 업계가 정보통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흐름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활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2세대 이후의 서비스를 위한 투자와 서비스 활성화는 제자리걸음이며,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인 DMB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외 신성장 동력의 후보군으로 일컬어지는 그 어떤 분야도 미래를 책임질 강력한 추동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 상태에서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지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현재까지 IT강국 코리아의 위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이동통신·컴퓨터 등의 인프라를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이를 문화·산업적으로 널리 활용하고 있어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무엇인가. 지난 20여년간 R&D 투자와 KT와 같은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적극적인 서비스 도입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통신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현재와 같은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발전시켜 온 전기통신 부문의 수요 기반이 있었기에 컴퓨터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으며, 초기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 어느 나라보다 먼저 정책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기에 문화적·산업적으로 인터넷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이동통신 분야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R&D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우리는 IT기술을 고도로 발전시켰으며,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등 국내 경제 개발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R&D 투자에서 시작해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 등 자본지출(CAPEX)을 확대시켜 경제 활성화에 이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려울수록 기업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R&D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인프라 투자를 단행했던 기업의 성공 사례를 많이 알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일개 기업만의 해결책은 아닐 것이다.
최근 몇 년간은 그나마 정부의 신규사업 정책 추진과 주요 통신사업자의 DMB·와이브로 등 신규서비스 제공 등으로 산업 활성화에 기여했으나 이제는 정보화촉진기금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국제 간 통상마찰 등으로 정부 주도의 지원책도 한계가 있게 마련인지라 민간기업이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주도적으로 힘써야 한다.
현재 1조3000억원에 이르는 정보화촉진기금은 점차 줄어들어 오는 2010년에는 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WTO·FTA를 통한 정보통신 분야에서의 통상마찰로 인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해외 진출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과거와는 다르게 한계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나 광고 선전 등의 마케팅 경쟁은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성이 있어 보이는 분야에 수많은 기업이 몰리고 서로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이는 것 역시 생산적이지 못하다. 결국은 이익을 창출하기는커녕 모두 손해를 보고, 발전을 위한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화를 좌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의 성과를 위한 비생산적인 비용을 줄이고 세계 시장을 향한 민간기업의 더욱 적극적인 R&D와 인프라 투자가 절실하며, 이것이야말로 미래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지라도 그러한 투자는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며, 그것이 IT강국 코리아를 이끌어 나가는 지름길이라 믿는다.
◆한춘구 한국전파기지국 대표 ckhahn@krt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