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와이브로 시장 활성화 시급하다

 차세대 정보통신 서비스의 하나로 꼽히는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가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상용서비스에 들어간 지 한 달이나 지났지만 당초의 기대와 달리 그 모습이 초라하다. 상용서비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상용화 이전 2개월에 걸친 시범서비스까지 실시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하지만 가입자 수나 단말기, 서비스 사업자들의 관심을 보면 와이브로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솔직히 의문이다.

 가입자만 놓고 보면 일단 ‘제2의 CDMA’로 치켜세워졌던 것이 무색할 정도다. KT는 현재 가입자를 270명 정도 확보한 상태고, SK텔레콤은 가입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그간 소극적으로 사업을 벌여온 점을 감안하면 KT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을 것으로 짐작된다. 품질은 차치하고라도 서비스 지역이 좁아 고정된 지역에서나 하는 무선랜 서비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사용 가능한 단말기도 아직 노트북PC뿐이고, PCMCIA카드도 특정 회사에서만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됐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서비스에 나선 사업자들의 행보도 사업 확대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두 사업자가 상용서비스에 대한 대중매체 론칭 광고나 세움간판 하나 마련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서비스 지역이 한정적이고 초기라고 하지만 이같이 신규 서비스에 걸맞은 마케팅도 하지 않았으니 와이브로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 가입자가 적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본다.

 사업자들의 향후 투자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두 사업자가 연말까지 서울 주요 지역은 물론이고 수도권 일대로 서비스 커버리지를 확대할 계획이지만 지금까지 이를 고려한 장비 발주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와이브로를 서비스할 의지가 있냐’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사업자들의 얘기대로 서비스 개화의 필요충분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지기 전에 무리한 투자나 마케팅을 벌이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IMT2000처럼 상용화 일정을 지키기 위해 사업자들이 마지못해 상용화 시늉만 낸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 물론 여기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쯤이면 와이브로 서비스가 왜 활성화되지 못하는지 파악해 잘못된 것은 개선해 활성화되도록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와이브로 시장 활성화가 왜 중요한지 일일이 적시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한 서비스에 대한 세계시장 선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라도 시장 활성화를 꼭 이뤄야 한다. 국내 서비스의 부진은 우리 업계의 해외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를 해외에서 판매하기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신규 서비스의 가치사슬을 고려할 때 시장 활성화는 사업자의 적극적인 투자 의지에 달려 있음은 물론이다. 사업자들이 관련 시스템 장비나 단말기 업체와의 서비스 로드맵 공유를 통한 사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시장 활성화 요건 중 하나가 다양한 상품정책임을 감안하면 정부의 묶음상품(결합상품) 정책도 사업자의 의견을 수렴해 이른 시일 내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민간 주도의 통신발전을 추구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서비스 지역의 확대, 다양한 단말 공급 등 기본적인 여건 마련과 함께 저렴한 요금 등 수요진작책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정부와 민간 사업자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인식 공유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와이브로가 IMT2000과 같은 꼴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바로 이것이 우선시돼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