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대가 카자흐스탄에서 발사체 바이카누르에 실어 쏘아올린 위성 ‘한누리’가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위성 구조체를 책임지고 있는 위성총괄사업단 체계종합 그룹장인 황도순 박사의 얼굴에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았고, 이내 안타까움과 불안으로 변하는 데는 수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목적 실용위성 발사를 24시간 앞둔 상황에서다. 연구진은 모두 ‘아리랑의 성공’이란 단어에 목말라 했기에 ‘한누리’의 실패 소식이 더더욱 충격으로 다가오는 듯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것은 플레세츠크로 가는 침대기차 안에서다. 땅이 워낙 넓다 보니 도시가 아니면 이동통신 기지국이 드물어 통화하기도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간신히 접속된 한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짧게 전해진 “한누리가 떨어졌다”는 멘트 한마디는 20여명의 아리랑 위성 2호 방문단 일행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얼려 버렸다.
옛 소련 시절 대륙 간 탄도탄(ICBM)을 시험하던 군부대가 자리한 플레세츠크는 내륙임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비가 오락가락할 정도로 일기가 불순해 ‘혹시나’ 하는 걱정을 하던 차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침대칸을 같이 쓰고 있던 황 그룹장이 푸념 어린 한마디를 던졌다.
“이래서야 러시아 기술을 믿을 수 있겠나. 러시아에 위성을 믿고 맡기기 어려운 것 아니냐.”
긴 한숨이 이어졌고 황 그룹장은 속이 탔던지 애꿎은 담배만 피워댄다.
소식을 들은 연구진과 과기부 관계자는 삼삼오오 모여 한누리 발사체의 폭발 원인을 제어계통의 이상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는 했지만 마음은 역시 6년간의 각고 끝에 성공을 앞둔 아리랑 2호에 쏠렸다.
2년간의 탑재체 개발 지연과 아리랑을 실어보낼 유로콧이 최근 7번째 위성발사에 실패하는 등 잇단 악재로 이미 마음고생은 할 만큼 했다. 오죽했으면 백홍열 항우연 원장이 징크스가 있다며 2개월째 턱수염 깎기를 거부(?)하고 있겠는가.
어쨌거나 다목적 실용위성 2호는 지난 28일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정상궤도에 진입하며 위성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
3년 걸린 시스템 및 상세 설계 연구진과 부품 조립과 시험을 수행하고 모스크바 상황실에서 24시간 비상근무하며 치밀하게 준비해왔던 100여명의 연구진과 현장에서 고생했던 20여명의 연구원에게 찬사를 보낸다.
플레세츠크(러시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