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수재민에게 희망을…

 북한의 미사일 사태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을 맞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대북 제재와 압박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에서 열린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도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쌀과 비료 지원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인도적 문제를 대북 제재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면회소 건설을 중단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북한 역시 인도적 문제를 대남 압박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은 개성의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있는 북한 당국자의 철수를 통보해 왔다. 상호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남북 관계의 끈이 하나 둘 끊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남북 관계가 전반적으로 크게 경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교류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 교류는 아직 그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민간 교류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김영삼 정부 시절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부대변인의 브리핑에서도 지적하고 있듯, ‘아무리 최악의 상황에서도 남북 간에 대화 채널이 끊겨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 역시 남북 대화의 끈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견해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지적대로 남북 관계의 특성상 한번 대화가 끊어지면 복구가 어렵다. 남북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6자회담이나 북미 협상 국면이 재개되면 한반도에서 우리의 외교적 지렛대와 발언권이 사라지게 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찌보면 긴장이 고조되는 위기 상황일수록 한반도 상황과 남북 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남북 대화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의 경험에서 보듯, 남북 대화의 단절은 한반도의 긴장만 고조시킬 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현재 남북 대화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그것은 우리 정부가 정경 분리를 포기하고 사실상 정경 연계로 회귀한 결과로 보인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를 연계한 것이 그것이다. 물론 북한에도 책임이 있지만, 남북 대화의 동력 유지를 위해서는 우리가 북한과 똑같이 대응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게다가 남북 공히 인도적 문제를 정치 군사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쌀과 비료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가 워낙 강경해 우리가 대북 인도적 지원을 중단한다고 해서 그것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남북 관계만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대립 국면에서 그나마 남북 대화의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인도적 사업일 것이다. 다시 말해 남북 관계의 복원을 위해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과 이산가족 상봉 사업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 인도적 사업을 상호 제재나 압박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정치 군사 문제와 분리해 지속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남북 관계의 얽힌 실타래를 과연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최근 한반도의 집중 호우로 북한은 남한보다 두 배 이상의 큰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가 우리보다 먼저 북한에 구호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우리로서도 수수방관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홍수 피해에 대한 긴급 지원 사업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쌀·비료 지원 사업을 재개하면서 경색된 남북 관계를 다시 복원해 나갈 수도 있다. 북한이 먼저 수해 지원 요청을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지원 요청을 무한정 기다릴 수도 없다.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도 좋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수재민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다. 국제구호단체인 한국JTS(Join Together Society)의 호소처럼, “남북 가리지 않고 수재민에게 희망을!”

◆이태섭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tslee@inje.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