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윤종용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 이사장과 만나 국내 공학교육인증 확산에 힘쓰기로 했다. 때마침 윤 이사장이 몸담고 있는 삼성전자가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부터 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학위를 취득했거나 취득할 예정인 지원자에 대해 면접 시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밝힌 뒤라 두 사람의 만남은 더욱 조명받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무관심한 대학=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대학권의 관심은 별반 나아진 게 없다. 대학의 무관심은 인증을 위해 들이는 비용과 노력에 비해 실익이 부족하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대학이 인증 평가를 받기 위해 치르는 비용은 교육 프로그램당 150만원. 대학당 10개 프로그램을 평가받는다면 1500만원이 들어간다. 만약 1차 평가를 통해 중장기 인증을 받지 못하고 1∼2년 내에 재평가를 받게 되면 또다시 교육 프로그램당 150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교육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투입되는 유무형의 비용을 감안하면 대학 측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그에 비해 대학이 얻는 것은 많지 않다. 정부 지원은 고사하고 학교 차원에서도 별다른 혜택이 없다.
‘인증’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통해 대외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으나 국내에서 인증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효과가 크지 않다. 아직 우리나라가 국제공학교육인증협약에 가입하지 못해 해외에서는 국내 인증이 무용지물이라는 점도 인증 확산의 걸림돌이다.
◇제 역할 못하는 인증기관=국내 대학 공학교육인증 사업을 벌이는 ABEEK의 취약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ABEEK로서는 평가비용이 턱없이 적은 것이 불만이다. 프로그램당 150만원은 평가 실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를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게 ABEEK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ABEEK는 과기·산자·정통부 연구 과제를 통해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고 있어 비정부기구(NGO)라는 당초 기관 성격과는 어긋난 흐름을 보이고 있다.
ABEEK의 위상이 흔들리다보니 평가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A대 관계자는 “비교적 젊은 교수진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이 노교수를 상대로 단순히 ‘매뉴얼’에 기반을 둔 평가를 진행하는 것을 놓고 교수들 사이에도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손 놓은 정부=정부도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하고 있다. ABEEK는 지난 2000년 교육부를 통해 사단법인으로 전환했지만 현재 교육부는 인증 사업에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공대에 한해서 공학교육인증과 중복되는 교육부 학문평가를 대체토록 한 것이 전부다.
오히려 과기·산자·정통부가 과제 사업 등을 통해 ABEEK를 지원하고 있지만 어느 부서도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주무 부처라고 내세우기는 모호한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 지원은 인증 사업의 수요자에 해당하는 대학권에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정작 공학교육인증을 받은 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은 뚜렷한 게 없다 보니 교육인증을 받으려는 수요 자체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