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무엇을 해도 밑지는 장사다. 가입자를 모으면 고스란히 유통망에 갖다주는 꼴이다.”
유선통신사업자 KT·하나로텔레콤·데이콤은 괴롭다. 매출은 늘지 않는데 영업비용은 분기마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기까지 한 가입자 유치경쟁으로 수익도 나빠지고 그나마 생기는 이익은 중간유통(가입자 대리모집)에 헌납한다. 그럼에도 유치전을 멈출 수는 없다. 신규 가입자를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방법도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유선통신사업은 규제가 획기적으로 풀리지 않는 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업구조 확대, 더 이상 진척 없어=지난해 KT의 주요 매출원은 전화(36.78%)·초고속인터넷(21.44%)· LM접속료(14.84%)·데이터사업(11.20%)·KTF재판매(9.67%)·IDC(2.02%) 등이다. 그러나 이들 매출원은 모두 짧게는 5년, 길게는 공기업시절부터 해오던 사업이다. KT는 민영화 이후 유선망 기반의 SI·콘텐츠·해외사업·인터넷전화 등 신성장 사업을 벌였지만 이들을 모두 합친 매출은 3.08%에 불과하다.
지난 상반기에는 비즈메카 등 솔루션사업과 인터넷전화(VoIP)사업 부문만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다. 와이브로·u-시티 등 신규사업도 가시적인 매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3년 이상 ‘인고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결과적으로 지난 수 년간 유선사업자에게 부여됐던 산업간 융합을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은 거의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점에서 영국의 BT가 종합 솔루션업체로 변신하며 유선사업자의 한계를 뛰어넘은 것은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구노력의 한계=유선사업자들이 내세우는 거의 유일한 돌파구는 ‘IP미디어(IPTV 또는 TV포털)’다. 이들에게 IP미디어는 매출 확대와 케이블TV사업자(SO)에 대한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IPTV가 획기적인 전기가 될지는 의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프리미엄 서비스 등을 통한 ‘해지 방어’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가 문제 해결의 만능키는 아니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TPS를 겨냥한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에 비해 가입자 유인 효과가 미흡, 재정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본도 가입자당 매출에 비해 투자비·마케팅비 지출이 커서 이동통신과의 결합(QPS)을 촉진했다. 결국 IP미디어 사업이 유일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곧바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이동통신 또는 금융과 서비스 등 이종 사업 간의 결합이 해결책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정부 당국의 규제가 막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KT의 채종진 상무는 “이제 빨랫줄 장사는 한계에 달했다”고 단언하고 “유력한 해법 중의 하나는 이를 기반으로 한 종합솔루션 업체로의 발빠른 변신”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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