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방융합 늦을수록 손해다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앞으로 논의해야 할 의제들이 어느 정도 간추려지는 모양이다. 방송통신융합추진준비단은 그간 통신·방송 융합 관련 정부부처 및 기관 실무자들 간 논의를 통해 마련한 ‘방송통신융합의제(안)’를 방통융합추진위에 전달했다. 방통융합추진위는 이 융합의제(안)를 중심으로 이달 중순께 최종 의제를 설정한다는 계획 아래 본격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이제 통신·방송 융합과 관련된 기구개편과 법·제도 정비작업이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관할 영역과 관련된 정부 부처 간 의견 조율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당사자들이 아니라고 해도 실제로는 영역 다툼인만큼 의제에 합의하는 것부터 쉽지 않고, 막판에는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다. 오래 전부터 제기돼온 통신·방송 융합과 관련된 문제가 지금까지 조정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방통융합추진준비단이 마련한 융합의제(안)의 의미는 작지 않다고 본다. 방통융합추진위가 앞으로 다뤄야 할 융합 논의나 의견 조율의 기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융합의제(안)에 설정된 의제는 모두 22개라고 한다. 이 가운데 수평적 규제체계 도입문제를 비롯해 통신·방송 융합산업 활성화, 구조개편 필요성 등 큰 골격에 대해서는 통신·방송 융합과 관련된 핵심 3개 기관인 정보통신부·문화관광부·방송위원회가 합의했다고 하니 기대된다. 앞으로 방통융합추진위의 방송·통신 융합 시대를 이끌 ‘제3의 기구’ 설립 작업이나 부처 간 조율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융합추진준비단이 융합의제(안)를 설정하면서 기관 간 의견대립으로 합의하지 못한 의제나 첨예한 내용에 대해서는 부처·기관별 공식 의견까지 첨부해 놓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융합의제(안)가 보여주듯 다뤄야 할 의제가 많다는 것은 문제 해결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때문에 방통융합추진위가 이해 관련 기관을 설득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로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이 융합의제(안)에서 찾아야 한다. 안문석 방통융합추진위원장이 밝힌 것처럼 통신과 방송계의 의견 차이가 엄존하는 만큼 현실을 존중하면서 중립적이고 균형감 있는 시각에서 해결책을 제시해 이해 기관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할 경우 무리 없이 성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통신·방송 융합 환경에 적합한 정책을 추진하려면 규제기구의 통합, 융합 서비스 관련법의 제정 등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한 기초 작업으로 관련 산업 육성방안, 보편적 서비스에 관한 의견 정리, 이용자 편익 신장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한 이해 관련 기관의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 더욱 근본적인 필요 조건은 정책 당국자의 의지다. 법·제도의 정비가 지연될수록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야기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인해서 세상은 점점 융합되고 있다. 통신·방송 융합 분야는 이미 국가적인 역량이 상당 부분 진척돼 있다. 그런데도 이와 관련한 제도적·정책적 논의만은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른 좁은 시각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통신·방송 융합의 거대한 흐름을 통제하고 미래를 기획해야 하는 정부의 정책이 심각할 정도의 지체 현상을 보이면서 다양한 문제점까지 야기하고 있다. IPTV 문제처럼 기술 혁신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는 데에 장애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국가이익에 심대한 훼손이 예상되는 것이다. 통신·방송 융합이 늦을수록 우리에겐 손해다. 미래의 수위를 예측하고 국가적 발전을 견지할 수 있는 통신·방송 융합 타결점을 시급히 찾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