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학교육인증제도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내년을 목표로 추진중인 10개국 간 국제공학교육인증협약 ‘워싱턴어코드(WA)’ 가입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정부를 중심으로 산·학·관 협력 체계를 강화해 국내 공학교육인증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인증제도 세계화 시급=국내 공학교육인증이 해외에서도 효력을 얻기 위해서는 WA 가입이 선결돼야 한다. 현재 준회원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 9월부터 정회원 승격 여부를 가늠하는 평가를 받는다.
내달 WA 실사팀이 한국을 방문, 국내 공학교육인증 현황을 평가할 예정이다. 실사팀은 평가 내용을 내년 6월 열리는 WA 8차 본회의에 최종 보고하고, 10개 회원국은 이를 토대로 한국의 정회원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05년 준회원으로 승격한 한국이 정회원 자격을 획득하려면 규정상 미국·영국·일본 등 10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찬성’ 의견을 얻어야 한다. 내년 본회의에서 정회원 승격에 실패하면 다시 2년 뒤 열리는 2009년 9차 회의를 기약해야 한다.
WA 가입이 지연되면 기술 강대국의 ‘블록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공학 인력의 해외 진출이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윤우영 ABEEK 대외협력위원장은 “우리와 함께 WA 정회원을 노리고 있는 말레이시아는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이미 20여년 전부터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자리잡은 선진국과 달리 후발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자 혜택 늘려야=WA 가입 심사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국내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공급자(인증기관)에 한해 일부 이뤄지고 있는 정부 지원을 수요자(대학·교수·학생)로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 구조 상에서는 적잖은 비용과 노력을 감수해야 하는 학교는 물론이고 인증을 위해 강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따라야 하는 교수·학생들도 공학교육인증을 ‘긁어 부스럼’ 이상으로 인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김수원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장은 “실제 공학교육 혁신의 주체인 교수와 학생들에게 인증에 따른 혜택이 주어진다면 좀더 자율적인 환경 아래 교육 혁신과 교육 인증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와 산업자원부는 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삼성경제연구소 등과 공동으로 공학교육 혁신 방안을 수립중이며 혁신 방안과 공학인증의 연계를 추진하는 것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공학교육 혁신이 단순히 ‘인증’이라는 결과물에만 집착하지 말고 인증에 이르는 ‘교육 과정’ 혁신을 지원한다는 구상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진택 고려대 공학교육연구센터장은 “공학교육 인증은 교육 목표를 세우고 이에 따라 교육 과정을 진행한 후 평가를 거쳐 부족한 것을 개선하는 순환적 자율 개선 시스템”이라며 “정부도 대학의 교육 과정 개선에 초점을 맞춰 공학교육인증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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