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게임업계와 애니메이션업계의 젖줄이었던 벤처캐피털이 투자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해당 분야 중소 업체의 돈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또 종잣돈 역할을 해온 정책자금인 문화산업기금 마저 수익성을 따지는 펀드로 편입되면서 중소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2일 중소 게임 및 애니메이션 업체에 따르면 최근 벤처 캐피털 및 투자자들이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 참여를 꺼리고 있어 사업 지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10건 이상의 투자가 진행됐으나 올해에는 게임분야는 2∼3건, 애니메이션 분야는 전무할 정도로 투자가 자취를 감췄다.
이같은 현상은 벤처캐피털이 단기 투자에 치중하면서 게임과 애니메이션 분야가 영화를 비롯한 다른 엔터테인먼트 상품에 비해서 투자 회수기간이 긴데다가 리스크가 크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게임분야의 경우 업체의 IPO가 실패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은 게임업체에 대한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 IPO에 성공한 게임업체는 2002년 웹젠이 마지막으로 그 이후 4년동안 IPO 게임업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애니메이션 분야도 히트작을 내놓은 업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철수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또 그동안 돈줄역할을 해온 문화산업진흥기금이 폐지되고 기금이 중소기업 모태펀드로 편입되면서 수익성 위주 운영으로 바뀐 것도 돈가뭄 심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이 문산기금을 관리할 당시에는 각종 유인책으로 인해 문화콘텐츠 분야 펀드가 구성됐지만 모태펀드로 넘어가면서 창투사가 펀드 조성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소빅창투의 한 관계자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투자자의 관심도가 떨어져 조합결성이 어렵다”며 “앞으로 게임 및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한 투자는 극도로 신중히 할 방침”이고 못 박았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은 게임과 애니메이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모태펀드가 투자자를 유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게임분야의 경우 대형 게임업체들이 벤처 캐피털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는 투자자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택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디지털콘텐츠사업단장은 “자본력을 갖춘 대형 게임업체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며 “중소 게임업체를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인큐베이터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상희·유수련 기자@전자신문, shkwon·penagam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