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주파수

 진동전류나 전파 또는 음파 등이 파상으로 방향을 바꾸는 주기적 현상을 1초 동안 반복되는 횟수로 표현한 것이 주파수다.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루돌프 헤르츠가 전자파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그 단위는 헤르츠(㎐)가 됐다. 학창시절 과학과목을 통해 얻은 기본 지식이다. 하나 더 추가한다면 주파수 파형을 그래픽으로 표현하면 사인 또는 코사인의 곡선을 그린다는 사실 정도다.

 주파수를 소재로 한 영화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2000년도에 개봉된 우리 영화 ‘동감’과 미국의 ‘프리퀀시’가 대표적이다. ‘동감’에선 남자 주인공과 21년 전의 여대생이, ‘프리퀀시’에선 아들과 30년 전의 아버지가 햄장비를 이용해 시공을 초월한 교신을 시도한다. 아마도 주파수가 시공을 초월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할 수 있다는 상상력은 사인곡선을 그리는 주파수 파형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듯하다. 눈에 보이지 않은 주파수에 대한 신비성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젠 주파수가 더는 신비로운 대상이 아니다. 아니 생활 그 자체가 됐다. 전에는 이공계를 전공하지 않는 이상 일반인은 주파수의 원론만 이해하면 됐다. 주파수로 작동되는 전기전자 통신기기만 이용하면 됐지 그 원리를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TV채널에 1번이 없는 이유나 FM라디오 주파수가 왜 소수점으로 표현되는지,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는 물을 어떻게 끓이는지 등을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물어온다. 또 신문을 보고 이동통신사가 3세대용으로 할당받은 2㎓대 주파수를 왜 반납했고, 또 수천억원의 거액을 물어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시쳇말로 ‘대략 난감’한 순간이다.

 30·40대 부모도 공부하지 않으면 자녀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 주파수가 세대 차이를 만드는 셈이다. 주파수를 통한 세대 차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틴버즈’에서 절감한다. 어른들은 들을 수 없지만 10대는 들을 수 있는 휴대폰 벨소리다. 인간의 청력으로 수용 가능한 40∼2만㎐ 사이의 소리 가운데 고음에 속하는 1만7000㎐의 이 휴대폰 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연령층은 한정된다. 세대 차이를 확인하는 생물학적 근거로 주파수를 사용하는 시대가 왔다. 앞으론 이런 공익광고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자녀와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싶다면 틴버저 듣기연습을 하세요. 주파수는 부모와 자녀를 연결하는 사랑의 사인곡선입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