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시내전화와 초고속인터넷,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결합상품 규제가 대폭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결합상품 규제가 크게 풀리면 역무별로 고착됐던 통신시장 경쟁구도는 유무선 통신 및 방송 결합서비스 간 경쟁으로 전환, KT그룹·SK텔레콤·LG그룹의 통신 3강과 방송사업자(SO)군의 본격적인 대결로 옮아갈 전망이다.
정보통신부는 3일 연내 통신 결합상품 고시를 제정하기로 하고, 오는 29일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이달부터 통신서비스 결합상품 제도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정통부가 구상중인 통신 결합상품 고시안은 그동안 규제의 성역처럼 여겨졌던 KT의 시내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SK텔레콤의 이동전화를 모두 완화하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KT가 시내전화나 초고속인터넷을, SK텔레콤이 이동전화를 다른 통신상품과 묶어 팔 때 개별 상품 요금보다 할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결합상품 별도 규제 조항이 없었지만 KT의 시내전화·초고속인터넷, SK텔레콤의 이동전화는 요금을 정통부에서 사전에 ‘인가’받아야 하는 규제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결합상품 요금인가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사후규제를 접목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요금할인폭에 제한을 두며 △다른 경쟁사에 동등접속 조건을 부여하는 쪽으로 고시안의 기초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는 방향에서 검토하고 있다”면서 “새 고시 제정은 결국 결합서비스 시장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통부의 이 같은 정책기조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와이브로 등 신규 통신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거론됐던 데서 한걸음 진전된 것으로, 특히 최근에는 유선시장의 극심한 침체를 일부 해소해주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결합상품을 크게 완화할 경우 국내에서는 KT그룹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LG텔레콤과 기타 군소사업자의 적잖은 반대에 부딪힐 공산도 있다. KT만 하더라도 단일 기업이 시내전화와 PCS 재판매, 초고속인터넷을 모두 거느리고 있지만 나머지 사업자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결합상품 규제완화폭을 좁게 두기도 쉽지 않다. 결합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신규 통신서비스나 침체된 유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인만큼 오히려 발목을 붙잡는 규제로 작용할 수도 있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공청회 등에서 충분히 연구 검토한 뒤 △통신시장 획정 △요금인가제 △가상사설망사업자(MVNO)제도 및 재판매 사업 등 새로운 통신규제 틀의 연장선에서 결합상품 고시를 제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미국에서는 ‘5% 테스트 제도’를 통해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5% 범위에서 결합상품 요금을 인하·인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추후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사후 규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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