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벤처캐피털(VC)들이 성장둔화로 고심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컴퓨터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에 초기 자금을 풍부히 제공하던 미국의 VC들이 △변덕스런 주식시장 △투자자금의 범람 △기술 분야의 느린 성장 때문에 압박받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몇몇 VC들은 현재와 같은 힘든 시기는 실리콘밸리의 호·불황 순환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업체들은 힘든 시기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애플 컴퓨터의 초기 투자사였던 매트릭스 파트너스를 1982년 창업한 폴 J. 페리는 몇 년 전 VC 산업의 미래가 너무 암담해 회사문을 닫을까 고려했었다며 “VC는 앞으로 닷컴 붐 같은 폭발적인 수익률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6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배분한 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익률 급락=미국 VC들의 지난 6년간 보여온 낮은 수익률과 함께 아직까지 닷컴붕괴의 후유증을 겪고 업체까지 있다. 비록 VC들의 수익률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현재 수익률은 연간 5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린 90년대 중후반의 연간 수익률에 크게 못미친다.
조사업체 캠브리지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VC들은 7.9%라는 보통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31일 끝난 회계연도의 수익률은 13.8%로 S&P 500지수의 11.7% 수익률을 가까스로 뛰어넘었다.
현재 약 2600억달러(약 251조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 VC들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투자금이 소규모 VC에도 밀려들었지만 더이상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IPO 까다로와져=극소수의 전도유망한 신생기업들은 VC들에게 투자가격를 높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VC의 투자를 받은 기업공개(IPO)는 1995년의 4분의 1인 56건으로 줄었을 정도로 IPO가 어려워졌다. 사베인옥슬리법 같은 새로운 회계법 규제도 대규모 IPO를 선호하는 월가의 최근 경향과 맞물려 VC들의 수익 확보까지의 시간을 늦추게 하고 있다.
많은 벤처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을 더 큰 회사에 팔고 있지만 지난 2분기 중 거래내용 집계 결과 31건 중 겨우 4건만이 투자액수 대비 10배 이상의 수익을 VC들에게 가져다 줬을 뿐이다. 톰슨 파이낸셜과 전미벤처투자협회(NVCA)에 따르면 이런 거래의 3분의 1 정도가 투자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로 이익을 거두는 VC가 극소수에 달한다.
넷스케이프· 구글 등에 투자해 큰 이익을 거둔 대표적 VC인 클라이너퍼킨스코필드&바이어스(KPCB)조차도 미국내 860개 이상의 VC들이 성장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할 정도다. 지난해 미국내에서 VC지원을 받은 신생기업은 1990년대 초중반의 2배인 725개 이상이지만, IPO나 매각에 성공한 기업은 5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투자자들 신흥시장으로=이에 따라 일부 VC들은 공개기업 매입 같이 저위험 투자를 고려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과 인도처럼 성장세가 높은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매트릭스와 세콰이어 캐피털은 최근 인도로 사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톰슨 파이낸셜과 NVCA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기관 투자자들은 252억달러를 VC에 투자했다. 이중 많은 부분은 구글의 IPO에서 엄청난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VC에 투자해 돈을 벌어 온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돈을 빼내고 있다. 스탠포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의 연례 보고서는 그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비중을 줄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