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사업자의 답답한 미래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유선사업자는 사업자간 경쟁심화, 유무선간 대체현상, 인터넷전화, 무선랜 등의 등장으로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또 마케팅 비용은 증가하고 매출은 감소하는 성장정체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영국·독일 등의 세계적인 유선사업자들은 지난 수 년간 이 같은 위기를 해당 정부나 규제기관에 의지해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이제는 제 궤도를 찾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통신사와의 인수합병이 돌파구=유럽 유선사업자들은 이동통신사 인수를 통해 몸집키우기와 성장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과거엔 유선사업에서 이동통신사업 분리가 대유행이었지만 지난해부터는 다시 결합이 대세가 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텔레콤(FT)은 스페인의 제 3이동통신사업자 아메나를 인수합병(M&A)하고 도이치텔레콤(DT)은 오스트리아 4위인 텔리링텔레콤을 인수했다. 스페인 텔레포니카는 영국의 이동통신사업자 O2와 체코의 체스키텔레콤을 잇따라 인수했다.
분리했던 이동통신 자회사를 재인수하기도 했다. 텔레콤이탈리아(TI)는 지난해 텔레콤이탈리아모바일을 재통합했고 텔레포니카는 텔레포니카모빌리스를 연내 합병할 계획이다. 이 같은 유무선 결합 바람은 곧바로 실적으로 이어졌다. 도이치텔레콤(DT)은 지난해 T모바일의 11%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2004년)보다 3.9% 성장(596억유로)을 기록했다. 해외사업 매출 비중도 39.4%에서 지난해 42.6%로 높아졌다.
물론 한국에서도 유선+무선사업자 M&A가 만능해결사는 아니다. 특히 필수설비제공사업자 제도, 유효경쟁체제 지속, 3위 사업자 존재, 외자 등의 변수는 기간통신사업자 간 M&A를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다양한 요금 및 할인상품을 제공하며 세계적 흐름에 따라간다는 점에서 조기 검토 사안임에는 틀림없다.
◇ 결합서비스, 회사도 살고 소비자도 이익=영국 오프컴이 이달 1일부터 요금규제를 철폐하면서 BT는 소비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BT는 유선사업 매출 감소를 뉴웨이브(IT솔루션+초고속인터넷+모바일)라는 결합상품 형태로 돌파해왔다. 여기에 한발 더 나가 올 가을에는 IPTV 서비스 ‘BT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기존 전화는 BT투게더라는 단일 브랜드로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였다. 미국 AT&T는 기존의 유무선 전화, 초고속인터넷, 위성TV의 결합 외에 지난 6월 26일부터 IPTV를 결합한 유버스(U-verse)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버라이존도 유선+초고속+위성TV 결합상품 선택시 월 최소 91달러 이상 할인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IPTV인 FiOS도 선보였다.
BT·AT&T·FT·DT·NTT 등 세계적인 유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결합상품은 규제기관의 규제 완화 때문이지만 사업자들의 변신 노력에 기인한 바 크다. 즉 소비자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사업자의 이익과도 직결된다고 판단하는 것. AT&T가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감수하고 인터넷전화(VoIP)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야후와의 제휴를 통해 인터넷 부가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좋은 사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유선시장의 성장기회는 다양한 컨버전스 사업을 통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점에서 시장 지향적 정책 지원과 규제완화가 필수”라며 “이와 함께 규제기관에 안주해온 사업자들의 변신도 동반되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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