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유통업체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여기저기서 먹고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경기 영향으로 기업의 전산장비 도입이 줄면서 시장은 작아졌다. 이에 따른 IBM·HP 같은 대형업체의 출혈 경쟁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드웨어 가격을 크게 떨어뜨려 유통업체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선 형국이다.
한국HP의 유통단계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나 한국IBM의 리셀러(재판매자) 영입 확대 정책 모두 기존 유통업체에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상황이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며 고민에 빠져 있다. 몇년 안에 아예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역시 유통업체의 경쟁력 확보다. 한마디로 단순 유통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변해야 한다. 이미 발빠른 기업은 몇년 전부터 변신을 준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IBM 총판 아이오테크와 이지시스템은 각각 하드웨어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솔루션을 개발해 이윤을 확보하고 있다. 아이오테크는 삼성SDS·현대자동차에 솔루션과 시스템을 함께 공급했고 이지시스템 역시 암웨이·테스코 등에 시스템을 구축해 성공 모델을 만들었다. 에이아이컴과 씽크테크도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한 경우다. 전혀 다른 사업에 진출한 기업도 나오고 있다. 한국HP의 유통사 디지탈퍼스트는 인수 합병으로 공연 사업을 시작했고 EMC 총판 엔빅스는 5월 바이오 기업 두 곳을 인수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현실 안주보다는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가고 남보다 먼저 발빠르게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이미 용산에서는 소규모 유통업체가 너나 할 것 없이 간판을 내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는 성숙할 대로 성숙한 하드웨어 시장을 고려하면 더는 남의 일일 수 없다.
결국 유통업체의 변신은 성장을 위한 수단이기에 앞서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절박하게 변해야 한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기회가 떠나간 뒤다. 지금이 바로 경쟁력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장기적인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컴퓨터산업부=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