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부품 및 장비업계가 대금 회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상파DMB 부품 및 장비업체는 단말기 시장의 판매부진과 경쟁심화 등으로 공급제품에 대한 대금 회수시기를 연기하거나, 일부 업체의 경우는 아예 회수시기를 확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금회수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부품 및 장비업체까지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품 및 장비업체 측에서도 아예 공급 업체를 선별해 규모가 있는 곳에만 공급하거나 선입금을 받고 공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금 회수 힘들다=DMB 모듈 제조사인 A사는 공급업체였던 업체와 모듈 공급 계약을 파기했다. 상대업체의 판매부진으로 모듈 공급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다른 공급업체와는 당초 맺었던 공급기간을 1년 연장했다. 계약시 예상과 달리 지상파DMB 전국화 지연에 따라 계약물량을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테나 업체인 B사는 제품 공급을 의뢰하는 기업을 선별해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세웠다. 대금 회수가 가능할 정도로 안정적이거나, 물량 확보가 가능한 곳에만 공급하고 있다. 물량을 따지는 이유는 공급사의 제품에 맞춰 안테나를 커스터마이징 해야 하기 때문에 공급물량이 적을 경우 개발비도 회수하기 어려워서다.
계측기 업체인 C사는 제품은 공급했지만 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금 회수를 아예 포기하고 있는 곳도 많다”며 “회사의 현금 흐름상 조금씩 지연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안이 없다=문제는 대금 회수 어려움에 따른 악순환을 해결한 근본적인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상파DMB 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업체들이 진출하면서 경쟁이 심화된데 있다. 기술 경쟁보다 가격 경쟁 양상으로 변질되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시장 규모도 수도권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판매할 수요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안 좋아서 대금 회수가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 또는 다른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전국 서비스라도 빨리 돼서 시장이 넓어지고 이에 따른 지상파DMB 활성화가 지금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