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 발전은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순기능도 많지만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이 중에서도 사이버공간에서 개인정보에 관한 보안 문제와 새로운 IT기술·장비 발달로 인한 복제 및 저작권 침해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부분의 나라가 제도를 보완하고 입법 조치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와 시민단체·기업까지 합세해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의 인터넷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 문제를 올바르게 풀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현실을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리바다가 음원제작자협회와 법적 분쟁 끝에 거액의 합의금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가 싶더니 최근에 다시 17개 음반제작자에서 법적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벅스뮤직도 다시 음악저작권협회에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았고, P2P 방식으로 파일공유를 제공하는 수십 개의 업체가 저작권단체 혹은 기타 권리자단체에서 무더기로 형사 고소와 민사상 가처분, 손해배상 청구 등 숱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저작권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호돼야 하고 창작 의욕을 꺾는 침해 행위는 차단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인터넷 특성에 맞게 인터넷과 관련 기술을 사용하고 개발할 권리도 보호받아야 한다. 양측이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없어 각 권리자의 개별적인 주장만 난무하면 기술을 개발하는 정보통신업체의 지위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법적 소송은 권리 보호를 위한 수단이다. 저작권자의 처지를 충분히 알고 있기에 관련 업체도 합리적 손해 배상액의 산정을 기대하며 저작권단체와 적극적인 유료화 협상을 진행했다.
문제는 정부의 역할이다.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할 문화관광부·정보통신부 등 관련 정부기관은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현행 법제와 첨단 정보기술 사이의 시간차 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적극적인 중재자가 침묵한다면 간접 책임을 지고 있는 정보통신업체는 기술 개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기조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기존 문제의 해결을 위해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시도해 보지도 못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모습이 재현될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저작권과 기득권 문제는 계속 발생할 것이다. 통신과 방송, 음성과 데이터, P2P, 콘텐츠 서비스, 웹 스토리지 사업과 같이 모든 인터넷 영역이 예외일 수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의 고리는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이미 누가 누구와 손을 잡아야 할지, 누구를 공격해야 할지 알 수 없는 혼전 속에 빠져들고 있다.
법과 기술의 시간 차이를 최소화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절실하다.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상생’ 논리만으로 해답을 찾는 것은 역부족이다. 왜냐하면 단순히 어느 일방의 ‘양보’로 합의점을 찾았다 해서 근본적인 해결이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합리적 대안 모색 없이 ‘문제 있는 기술’만 거론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시스템적인 지원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 중재 기능, 신속한 입법을 위한 환경 구축 등으로 근원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 해당 부처와 산하 기관이 개별적으로 움직일 것이 아니라 통합 조정 기능을 갖춘 조직이나 기관에서 일관성 있는 의견 수립과 정책 결정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야 할 때다.
문인영 푸르나닷컴 사장iymoon@pru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