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사업자 결합상품 `짝짓기 시나리오`

 “KT는 결합상품을 통해 무선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하려 할 것이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유선 전략이 중요하다. 하나로텔레콤 입장에서 SK텔레콤과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

 최근 하나로텔레콤이 2분기 실적 IR 자리에서 밝힌 내용이다. ‘하나로텔레콤이 SKT와 협력을 모색할 수 있다’고는 했으나, 사실상 이 발언은 ‘SKT가 하나로텔레콤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생겨날 것’이라는 말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각 사는 어떤 전략을 갖고 있을까. 일단 정부가 제정하려고 하는 결합상품 고시는 엄격히 말해 약관(요금)인가 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약관 신고 업체인 후발사업자들은 비록 타사업자까지는 아니나 자체 결합상품을 할인된 요금으로 이미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조건은 외견상 KT가 SK텔레콤보다 유리하다. 고시 제정과 사전 규제의 방향을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일단 요금할인을 인정한다는 전제로 할 때 KT 내에 결합할 수 있는 상품이 SKT보다 훨씬 다양하기 때문이다.

 KT는 시내전화와 시외전화를 묶는 기본 상품부터, 여기에 초고속인터넷까지 묶는 3가지 결합 상품, 그리고 초고속인터넷과 와이브로는 물론, 장차 상용화될 IPTV도 묶을 수 있다. 원폰(시내전화+KTF PCS)도 새롭게 활용할 수 있다.

 SKT는 이에 비해 자체적으로 묶을 수 있는 상품이 없다. SKT의 반응이 시큰둥한 이유다. 하나로텔레콤이 보는 ‘협력 가능성’ 역시 KT와 비교해 유·무선 복합 상품을 SKT 스스로 출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하지만 ‘동등접속’ 원칙만 주어지면 KT는 SKT의 요구에 따라 자사 시내·외 전화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 특히 KT의 시내전화 고객이 전체 시장의 90%를 넘는 상황에서 KT 시내고객 중 KTF나 LG텔레콤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두 사업자는 지위상 독과점 논란을 야기할 수 있기는 하다.

 여기에 SKT는 시내전화 고객으로 초점을 맞추는 대신 SK네트웍스의 VoIP 상품을 결합할 수도 있다. 오히려 KT측은 이 가능성을 놓고 유선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 보는 눈치다.

 이렇게 보면 SKT는 유선시장의 절대적인 지배력과 KTF라는 이동통신 계열을 둔 KT그룹에 대응하는 시장 구도를 만드는 중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어쨌든 결합상품의 전면 허용 여부는 후발사업자는 물론 선발사업자에 이르기까지 기업과 역무를 넘어서는 주요 영업전략을 새롭게 마련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시장 판도 변화의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