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은 좋았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을 다룰 방통융합추진위가 출범하자마자 통합 규제기구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기대감이 넘친다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다. 추진위의 면면을 봐도 그렇고 주위의 지원 세력도 긍정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무엇보다 안문석 위원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안 위원장은 규제개혁위원장과 전자정부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특유의 합리적인 성품과 설득력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균형적인 감각과 추진력이 돋보이는 인물이란 평가다. 통신과 방송계로부터 환영받는 이유다.
하지만 벌써부터 불협화음이 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통신계와 방송계가 주도권을 의식한 탓이다. 추진위원과 전문위원이 발표된 직후 통신계는 방송에 치우진 인사라고 폄하했다. 방송계 역시 통신계로 분류된 인사가 대다수라고 반발했다. 위원장을 빼곤 모두 편가르기 대상이 돼버린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추진위의 힘을 빼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하지 않겠다는 ‘명분’ 축적용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아예 구체적으로 한 인사를 놓고 으름장을 놓는 풍경도 연출됐다. 통신계와 방송계 공히 마찬가지다.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주시하겠는 것이다. 아예 전문위원 선임과 함께 출범시키려던 지원단 구성은 이달 말로 늦춰졌다. 지원단 내 기구법제팀장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결과다.
업계 주변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빗대 추진위에 힘이 실리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법과 규제체계뿐만 아니라 기구 개편과 같은 ‘생살여탈권’으로 인식될 만한 민감한 사안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 했다. 이제야말로 뒷다리 잡는 유형의 저급한 이기주의는 버려야 한다. 어렵게 출범한 추진위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이유다. 또다시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게 국민의 바람이자 요구다. 시장과 기술이 이미 저만치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소관 타령으로 날을 샐 것인가.
추진위에 힘이 실리는 것은 반가운 일임이 틀림없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풀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태도는 애초부터 버리는 게 맞다. 추진위의 지혜와 혜안이 요구된다.
IT산업부·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