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분자로 반도체 만든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작은 반도체보다 100분의 1에 불과한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꿈의 나노반도체 기술이 구현됐다.

나노전문 잡지 스몰월드 8, 9월호는 IBM취리히연구소가 금으로 만든 전극 사이에 단일분자를 올려서 640마이크로초(㎳)이내의 스위칭속도를 구현함으로써 이른바 ‘단분자시스템(싱글 모듈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기존 실리콘 반도체 회로 제작의 물리적 한계로 알려진 20㎚ 회로선폭 반도체 제작의 한계를 벗고 더 작고 더 빠른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단분자 시스템은 1나노(1나노=10억분의1)m 크기의 단일분자로 피코(1피코 1000분의 1나노)m 거리에서 분자로 저항에 따른 ‘온오프’ 신호를 를 ‘1’과 ‘0’으로 표시해 정보를 연결시키거나 끊을 수 있고, 데이터도 저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취리히IBM연구소 연구진은 “두개의 금으로 만든 전극을 피코(1피코=10-12승)m 이하로 벌려놓고 그 위에 단일분자를 올려 스위치와 두 전극사이에 전기적인 접점을 만들어 전압펄스로 전도상태를 정확하게 반복 제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도전 상태의 두 전극은 분자스위치를 이용한 온오프스위칭이 매우 안정적으로 이뤄지며 비휘발성 메모리작동의 전제인 데이터를 파괴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비휘발성 메모리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극한 냉동상태에서 이뤄진 이번 성과는 상온에서도 이뤄져 비슷한 성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으며 약 500회의 실험으로 확인됐다.

스몰월드는 이 연구소의 연구원 하이케 리엘과 에마누엘 뢰르처의 이 성과에 대해 “이 분자가 미래의 메모리와 로직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한 주요 구성요소”라고 평가했다.

단일분자 스위치는 화학적 합성과정으로 나온 동일한 분자로 구성되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용이하다. 게다가 단일분자 스위치의 크기도 약 1.5㎚로 최첨단 CMOS소자의 100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이번 성과의 핵심인 ‘BPDN-DT’라는 분자는 휴스턴 라이스대학의 제임스 투어 교수 팀에 의해 설계돼 투어와이어로 불리우는 것들 중 하나다.

연구를 주도한 IBM취리히 연구소의 하이케 릴은 “단일분자를 이용한 반도체기술이 향후 반도체 집적화에 획기적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일분자를 이용한 분자소자가 앞으로 탄소 나노튜브, 나노와이어, 스핀트로닉스와 함께 세계 반도체산업의 포스트 실리콘 시대를 여는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실리콘 반도체의 회로 선폭을 줄이는 가공기술의 정밀도는 40㎚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반도체업계는 20㎚ 이하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오는 2015년 경 10㎚ 수준에 이르면 물리적 한계로 인해 무어의 법칙도 끝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실리콘 반도체원리와 동일한 원리로 일궈낸 이번 성과로 IBM은 차세대 반도체개발에 한발 앞서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