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네트워크 시장에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존재해야할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이달 아시아지역본부에서 분리돼 독립지역본부로 승격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손영진 사장(51)은 본사인 시스코시스템스가 한국 시장과 지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최근 들어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통신장비 수요처중 한군데라는 단순한 시장적 차원을 넘어 한국이 지닌 새로운 가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
그래서 손 사장은 “이번 독립지역본부로의 승격은 시장 확대나 매출 성장과 같은 단순한 숫자 수준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세계적인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지사가 지난 몇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 매출 확대가 독립지역본부로 승격한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손 사장이 시스코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것은 지난해 3월. 수년간 독립지역본부로 잘 나가던 한국 지사가 대만·싱가포르·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이 속해 있는 아시아지역본부 산하로 편입된 지 1개월 뒤다. 그가 사장 취임한 지 불과 1년5개월 만에 다시 독립지역본부로 승격, 시스코코리아는 중국, 인도, 호주·뉴질랜드 등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와 동등한 지위와 권한을 부여받게 됐다.
“얼마 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시스코코리아가 없어도 제품은 팔린다’고 얘기했지만, 이제는 ‘시스코코리아 없이는 안 된다’는 게 정설이 됐습니다.”
이번 독립지역본부로의 승격도 ‘작지만 영향력 있는’ 조직으로서 한국 네트워크 시장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가 지닌 새로운 가치를 시스코 본사가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손 사장은 자부한다. 다른 국가나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시장 가치와 기업 문화를 시스코코리아 스스로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손 사장은 회사 실적이나 숫자보다는 즐겁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강조한다. 실제로 “직원 만족 없이는 고객 만족도 없다”는 게 그의 경영 철학이다. 이는 지난 83년 한국IBM을 시작으로 한국썬·한국BMC·데이터제너럴코리아·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IT분야 주요 지사장 자리를 두루 거치며 얻은 노하우이기도 하다.
손영진 사장은 “시스코가 라우터·스위치 만으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라며 “이제 시스코코리아도 혁신적인 기술과 준비된 조직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