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래 기술로만 알려졌던 60㎓ 밀리미터파 주파수의 조기 산업화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기초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된 상황이어서 첨단기술 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기술 종속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무선 사설망 국제표준화기구인 IEEE 802.15.3c는 미국의 주도 아래 내년 7월을 목표로 60㎓ 밀리미터파 표준화를 추진중이다. 국내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가비트급 무선개인통신(WPAN)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했다. 이달 결성될 국내 컨소시엄은 고려대학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도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60㎓ 밀리미터파 조기 산업화 가능성=표준화 단체를 비롯,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빨라진 것은 60㎓ 밀리미터파 대역의 조기 산업화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일본은 IEEE 802.15.3c 표준화에 맞춰 최근 주요 가전회사가 참여한 W-PAN 컨소시엄을 서둘러 구성했다.
이 대역은 기존의 점대점(포인트 투 포인트) 무선 고정통신과 100m 이내 근거리 구내 무선통신시스템으로만 활용 가능성을 보였으나 기술 발전으로 최근 △자동차 간 통신 △댁내 기기 간 고선명(HD) 동영상 전송 △외장용 하드디스크 △노트북PC 전원공급용 통신에 쓰일 가능성이 열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정통부도 최근 57G∼64㎓(7㎓폭) 대역에서 저출력으로 무선국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하는 비면허 대역으로 ‘60㎓대 밀리미터파’ 주파수를 분배한 바 있다. 윤두영 KISDI 연구원은 “밀리미터파 대역은 기업규모나 업종에 관계 없이 어떤 서비스든 발굴해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 그야말로 아이디어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초광대역통신(UWB)보다 시장성이 한발 더 가깝게 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겨우 1.5% 점유율 예상=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발걸음이 더디다. 업체가 뒤늦게나마 뛰어들어 컨소시엄을 구성했으나 이보다는 핵심 칩을 서둘러 생산해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통부는 60㎓ 밀리미터파 대역에서 오는 2010년까지 세계적으로 약 52억달러를 형성할 예정이지만 한국은 1.5% 수준인 8000만달러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마저도 관련 장비에 국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CMOS와 같은 반도체 기술로 고주파(RF) 칩을 양산할 핵심 기술이 없어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8년 이후에는 시장을 모두 외국기업들에 넘겨줘야 할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고려대와 ETRI가 2년내 RF-CMOS 칩 생산을 겨냥한 연구에 착수했지만 대학의 연구 수준과 양산 기술은 다르다. 또 단일회로인 무선통신용 밀리미터파대역 집적회로(MIMIC)도 주로 외국계 회사에서 제공되는 고가의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어 송수신 시스템 국산화가 요원하다는 평가다.
강철희 교수(고려대 공대)는 “내년 7월에는 표준화 완성과 함께 상용화 제품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보며 “핵심 칩을 국내 기술로 생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용어설명>60㎓ 밀리미터파
밀리미터파는 고주파라는 전파 특성상 파장이 1∼10㎜ 정도로 짧고 대역폭을 넓게 사용할 수 있어 건물 간이나 캠퍼스 등 반경 1㎞ 이내에서 정보를 대량 전송할 수 있다. 다만 강한 직진성으로 장거리 통신에는 다소 부적합하고 대기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기후·지형·계절 영향을 많이 받는 단점이 있다. 주파수 대역은 60G∼70㎓가 주로 쓰이나 한국은 정통부가 57G∼64㎓에서 비면허 대역으로 주파수를 분배한 바 있다.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무선통신 용도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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