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특화와 심화의 e비즈니스

[리더스포럼]특화와 심화의 e비즈니스

인터넷의 발달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상호 접속이 가능하게 했다. 인터넷 쇼핑몰은 이런 인터넷의 이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고객을 모을 수 있고, 하루도 쉬지 않고 24시간 영업이 가능해 엄청난 기업성장과 성공을 노릴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이나 e베이 같은 기업은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데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성공이 수많은 작은 인터넷 기업에서는 왜 잘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그 중요한 이유는 비즈니스의 비례확장성(scalability) 문제 때문이다.

 오프라인에서의 예를 살펴보자. 맛이 있는 냉면집에서는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냉면집 주인은 준비된 냉면 육수가 동나면 그날 가게 문을 닫는다. 이런 냉면집은 손님의 좌석 수나 준비된 육수가 기업매출의 한계다. 따라서 통상적 경영의 관점에서는 기회 이익의 상실, 기업 성장 포기, 고객의 불만증대 등 사실상 상당한 손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냉면집에서는 더 큰 이익을 노리고 주방, 식당 면적, 좌석과 종업원 수 등 영업시설 규모를 늘리거나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등 물리적인 설비증설(capacity expansion)을 도모한다. 그러나 냉면집의 확장이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연결되려면 냉면을 더 많이 만들어도, 또 식당이 커지거나 지점이 생겨나도 원래의 냉면 맛과 서비스 질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이 비례적으로 증가해야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비즈니스에서는 규모의 확장이 사업성공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흔하다. 그래서 잘나가던 가게가 매장을 넓힌 후 손님의 발길이 끊어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실패는 사업의 특성상 규모의 비경제이거나 기업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경영능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다. 바꿔 말하면 이런 비즈니스에서 규모의 확장은 눈에 보이는 시설의 문제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의 문제(business scalability)인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재미있게도 수많은 고객이 일시에 몰려와도 냉면집 같이 손님들이 기다려야 할 필요도 거의 없고, 따라서 시설확장에 투자나 인력 투입도 거의 필요 없다. 인터넷은 기업이 비즈니스 시간과 장소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유연성까지 가져다준다. 즉 e비즈니스에서는 규모의 확대에 대한 추가부담이 거의 없이 사업을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는 것이다. 아이디어만 뛰어나다면 규모의 확장에 대한 부담 없이 얼마든지 사업이나 기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e비즈니스에서도 비례확장성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서비스에서 또는 오프라인에서는 잘 작동하던 방법도 인터넷 환경으로 옮겨와 규모를 확대하거나, 다른 비슷한 분야에 적용할 경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문제점, 예를 들어 비대면 거래에서의 상호 신뢰성의 부족, 다수 고객의 너무 다양한 요구, 물류서비스시스템의 지원 부족 등이 사업의 성공을 막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즈니스 비례확장성이 잘 적용되지 않거나, 적용에 상당한 능력이나 자원을 요구하는 사업은 인터넷의 이점을 활용할 수 없는가. 제약 없는 규모 확장을 추구하기보다, 확실한 고객에 대한 심도 있는 서비스를 구사하는 것은 어떨까. 특정지역이나 시간대의 고객에 대한 심도 있는 서비스나 지역적으로 분산돼 있지만 특성이 같은 소수 고객에 대한 심화 서비스를 수행하는 데에 인터넷은 더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확실한 핵심고객에게 집중하는 것이 사업에서 성공하는 데 더 효과적인 때가 많다. 소규모 사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전문 분야 인터넷 커뮤니티, 전문 쇼핑몰, 방송 분야의 내로캐스팅(narrowcasting;특수시청자를 위한 방송) 등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새로이 e비즈니스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자는 지금처럼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에서든’ 서비스를 제공해야 얻을 수 있는 규모의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특정 고객에게 제한적 서비스를 제공해 얻는 특화와 심화의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을 권하고 싶다.

◆김우봉 건국대학교 경영대 교수 wbkim@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