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꼬리무는 악재에 `휘청`

 주문에 의한 PC 제조 판매 방식으로 세계 최대 PC 업체에 오른 델이 매출 부진에 이은 갖가지 악재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델이 지난해 동기의 절반에 불과한 분기 순익 성적을 낸 반면 HP는 이익을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17배나 늘리면서 바짝 뒤쫓아 오고 있다.

 델의 위기는 △2분기(4∼6월) 실적 악화 △HP의 급추격 △불법 스톡옵션 증여 의혹에 따른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회계 감사 △최근 발생한 사상 최대의 노트북 배터리 리콜 사태에 따른 개학기 노트북 컴퓨터 수요 위축 우려감 등으로 요약된다. 이 와중에 주요 임원들이 경쟁사로 옮겨가는 불운까지 맞고 있다.

 ◇분기 실적 급감, HP와 대조=델은 17일(현지시각) 자사 2007회계연도 2분기(8월4일 마감)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고 발표했다. 2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한 5억200만달러, 매출은 5% 증가한 140억9400만달러로 집계됐다.

 델은 분기 순익 급감의 주 원인으로 PC 시장 부진과 업체 간 치열한 가격 경쟁을 꼽고 있지만, 이는 충분한 설명이 아니다.

 델의 실적은 PC 시장의 최대 경쟁사인 HP가 엄청난 분기 순익 급증을 기록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HP는 지난 7월31일 마감된 자사 회계연도 3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무려 1800% 증가한 13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달 종료된 회계연도 3분기(5∼7월) 중 HP는 13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보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이익 규모를 무려 17배 이상 늘리는데 성공했다.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5.4% 늘어난 219억달러를 기록했고 4분기의 매출 규모도 241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엎친데 덮친 격=최근 소니가 공급한 노트북용 리튬이온 배터리 리콜 사태는 어려운 가운데 개학과 함께 돌아온 노트북 수요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구나 델은 과거 매출과 관련된 회계 처리에 대해 SEC로부터 지난해 8월부터 비공식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 와중에 최근 주요 임원들이 경쟁사로 이동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델 중국법인의 사장이었던 데이비드 밀러와 일본 법인의 이사였던 소타로 아마노가 레노버의 경영진으로 옮겨갔다. 밀러는 레노버 아시아 태평양 부문 사장 겸 수석 부사장에, 소타로는 레노버 일본 법인 사장에 각각 임명됐다. 이에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델의 아태 부문 사장이었던 빌 아멜리오가 레노버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위기 타개 가능할까=델은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반도체 업체인 AMD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델은 이날 올해 말까지 AMD 칩을 장착한 데스크톱 컴퓨터와 서버를 출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델은 지난 5월 AMD 칩을 장착한 서버 출시 계획을 발표했었다. 그 동안 인텔 칩만 사용해 온 델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그러나 이미 경쟁사인 2위 HP는 지난 6월초부터 8월초까지 3개월간 미국내 PC 매출 증가율 73%를 기록, 기간중 PC 업체 평균 판매 증가율 38%를 아우르며 호황을 구가하는 분위기다.

 케빈 롤린스 델 최고경영자(CEO)는 “비용 절감과 서비스 부문 투자 확대를 통해 정상 궤도에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당장 델의 위기 해소는 발등의 불인 배터리 리콜 선언 이후 고객을 어떻게 만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아도 무관할 것이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