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는 `출장 중`

시스코는 `출장 중`

시스코시스템스코리아가 ‘출장중’이다.

 손영진 사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 150명이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한꺼번에 미국 출장을 간 것이다. 이 숫자는 전 직원 260명의 57%.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시스코시스템스 본사가 전 세계 현지법인 및 관계사의 임직원 3만명 가운데 무려 1만5000여명을 ‘집합’시킨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시스코는 샌프란시스코의 한 스포츠 경기장을 통째로 세를 냈다.

 8월은 전형적인 휴가철이지만 시스코 본사로서는 새 회계연도를 시작하는 달이기도 하다. 전 세계 직원의 절반 이상을 불러 모은 이번 ‘집합’ 사건은 새 회계연도에 대한 시스코의 각오가 그만큼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스코는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 1위 기업이지만 내년에는 이 순위가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루슨트테크놀로지와 알카텔, 노키아와 지멘스, 에릭슨과 마르코니 등이 각각 몸집불리기를 위한 합병을 진행했거나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이들 3개 합병법인이 내년 정식 출범하게 되면 시스코는 외형 면에서 4위 안팎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시스코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위기 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IP 기반의 유선 통신장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시스코로서는 특히 유무선을 아우르는 3개 합병법인의 탄생으로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여기는 무선(이동통신)에 대한 ‘갈증(?)’을 더 심하게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시스코시스템스가 이번 행사를 통해 지난 20년 동안의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세계 통신시장의 이목이 쏠려 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