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핵심은 HD 콘텐츠다

[열린마당]핵심은 HD 콘텐츠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는 비록 16강에 들지 못했으나 우리 대표팀의 선전은 월드컵의 열기를 고조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상대로 우리나라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길거리 응원과 경기장 응원, 호프집 응원의 중심에는 고선명(HD)TV가 있었다.

 선수들의 땀방울에서 거친 숨소리까지, 잔디구장의 잔딧결과 원색의 응원단 표정, 보디페인팅까지 16 대 9 고화질에 5.1돌비 음향의 고음질 중계는 축구만큼이나 HDTV에 대한 관심을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HD 대중화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됐다.

 월드컵이 TV산업에 영향을 끼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54년 우리나라가 처음 출전했던 스위스 월드컵 이후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은 ‘리플레이’가 도입되면서 획기적인 TV 보급의 전기를 마련했다. 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인공위성을 통한 생중계가 시작되면서 60억 세계인의 잔치가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일부 경기를 HDTV로 중계했다.

 그러나 독일 월드컵에서는 64경기를 모두 HDTV에 고음질 5.1돌비 음향으로 중계하면서 드디어 진정한 HDTV 시대가 열렸다. 가전회사들은 월드컵 특수로 HDTV 판매량이 3∼4배 늘었고, 가전종합매장 중 한 곳은 한국 대 토고전이 열린 날 하룻동안 디지털 HDTV를 1000대 이상 팔았다고 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6월 현재 HD급 디지털 TV의 보급대수는 이미 340만대를 넘어섰다. 케이블 사업자들은 오는 2010년까지 디지털화를 이루고 150개 채널을 HD로 전환하겠다고 나섰고,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 역시 이미 보유한 디지털 기반의 시스템을 활용해 H.264 기반의 HD 다채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지난달 일부 유료방송 사업자가 제시한 100개 이상의 HD 채널을 공급할 만한 HD 콘텐츠가 있는지 곰곰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10분의 1에 해당하는 15개 채널만 HD로 전환 또는 신설한다 해도 HD 콘텐츠 공급이 가능할까. 물론 앞으로 준비해 나가겠지만 현재로서 보면 답은 ‘아니다’이다.

 이제 논의의 핵심은 기술적 기반 확대와 더불어 HD 콘텐츠가 돼야 하며, 이 HD 콘텐츠 개발을 통한 HD방송 채널의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월드컵이 이처럼 HD에 대한 많은 화두를 던진 것도 결국은 HD라는 기술 방식보다는 월드컵이라는 콘텐츠가 가진 힘 때문임을 생각하면 HD방송에서 콘텐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국내 방송산업에서 HD에 대한 기술적 논의는 무성하지만 그 핵심이 될 콘텐츠와 관련한 논의는 부족해 안타깝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부터 HD방송을 해왔고, 미국은 25개 이상의 HD채널이 있다. HD에 무관심했던 유럽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올해 말까지 약 35개의 HD채널이 방송될 예정이다.

 그러나 2010년까지 전 채널의 HD화를 선언한 우리나라에서는 오직 스카이HD만이 24시간 풀 HD 방송을 하고 있다. 멀티모드서비스(MMS) 논쟁이 촉발된 것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디지털 다채널을 무리하게 도입하려는 데 원인이 있었다고 본다.

 지난 3년간 국내 최초인 스카이HD 채널을 운영해온 경험에 비춰본다면 국내 HD 콘텐츠 제작은 질적·양적인 면에서 초기 단계고, 자금이 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시장에서 물건 사오듯 구입해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HD 다채널화는 각종 프로그램을 HD카메라로 찍고 송출시설을 HD로 바꾼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많은 투자와 노력이 콘텐츠에 선행돼야만 2010년 완전 디지털 HD방송 시대가 열릴 것이고 유료방송 사업자가 도입하려는 HD 다채널도 가능해질 것이다.

 아날로그 방송이 중단되고 HD로 전환되는 2010년을 불과 3년 6개월 남겨둔만큼 머뭇거릴 시간도, 여유도 없다. HD 콘텐츠 확보를 통한 HD 다채널 시대 대비가 너무나 시급한 시점이다.

◇홍금표 스카이HD 사장 kphong@skyh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