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이라도 짜내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KT는 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자사의 비용절감 노력에 대해 진지하게 소개했다. 비용통제 활동을 ‘마른수건 짜내기’에 비유한 것. 얼핏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KT뿐 아니라 KTF·LG텔레콤·하나로텔레콤·LG데이콤 등 기간통신 사업자들도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사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비용절감 노력을 고유의 ‘경영 노하우’로 뿌리내리게 할 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흐름이 해외 통신사업자에게서도 나타나는 거대한 경영 트렌드라는 사실이다.
◇살아 남고 싶은가? 통제하라=KT는 상반기 치열한 시장경쟁 때문에 마케팅 활동을 늘렸지만 비용은 오히려 작년 대비 20%나 줄였다. KT의 권행민 재무실장은 이를 ‘비용절감 효과’라고 설명했다. 즉 매출이 늘지 않으면 비용도 줄어야 정상이지만 치열한 경쟁상황으로 비용도 늘어나므로 이를 통제해야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매출과 직결되지 않은 비용은 대폭 줄였다.
이 같은 인식은 소모성 비용 절감 운동으로 연결됐다. KT는 본질적 원가 혁신 차원에서 △사업합리화를 통한 저부가가치 업무 제거 △구매 방식 개선을 통한 투자효율화 △자산관리 효율성 향상 등의 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도 비용절감에 ‘사운’을 걸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통제’ 차원이 아니라 회사를 고효율 저비용 구조로 바꾸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제니스 리 부사장은 “두루넷과 합병하면서 비용절감은 사운을 건 목표가 됐다”며 “전사적 자원관리를 통해 경비를 대폭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로텔레콤의 이 같은 노력은 조금씩 성과가 보이기 시작, 지난 2분기까지(상반기) 직접 유치채널 비중을 확대하고 영업 수수료 체계를 개편해 약 8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비용절감은 경영 노하우=LG텔레콤은 전 임직원이 ‘입에 단내가 난다’고 할 정도로 각종 혁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회사 전반에 뿌리 내려 ‘지혜경영’과 ‘가치혁신경영’이라는 LG텔레콤 경영방식으로 태어났다.
LG텔레콤은 △한마음 만들기 △낭비 드러내기 △목표 높이기 △낭비 제거라는 절차를 밟아 ‘일⇒잘하는⇒법’이라는 기업 고유의 가치혁신 방법을 개발했다. 가치없는 활동을 과감하게 없애고 개인 단위까지 목표 필달이 가능한 성과관리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한승훈 LG텔레콤 상무는 “처음엔 직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이젠 누가 와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문화로 정착한 느낌”이라며 “단순한 비용절감 차원을 넘어선 고도의 경영활동”이라고 설명했다.
KTF도 각종 비용절감 아이디어 가운데 실행 가능성 있는 과제를 선정, 사업과제와 캠페인성 과제로 분류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업 이슈와 관련된 과제는 원가절감 전담팀을 구성해 추진할 예정이다. KTF는 이 같은 활동이 기업 노하우가 된다고 판단, 외부에 공개를 꺼리고 있을 정도다.
이 같은 활동에 대해 김영주 동부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통신사업자들은 비용절감을 통한 순이익 상승,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배당률 인상 등의 활동을 공통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각 사업자는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비용통제는 연말 회사의 성적표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