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장난 같은 통신서비스 통계

 통계는 숫자 장난이 아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는 사업계획을 세우는 토대가 되고 산업을 분석하는 근거로도 쓰인다. 정부 발표 통계가 틀리다면 누가 무엇을 믿고 정부의 정책이나 자료를 신뢰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정보통신부에서 최근 발표한 7월 유무선 가입자 동향은 ‘통계 대란’에 가깝다. 알려진 대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통계가 틀린 것뿐만이 아니다. 본지 확인 결과 기존 통신사업자 통계도 주먹구구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7월 KT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수는 632만명이다. 이 가운데 KT는 xDSL 가입자를 512만명, 아파트랜 가입자는 118만명으로 각각 보고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바로 전달인 6월 집계와 크게 다르다. 6월 KT xDSL 가입자는 545만명, 아파트랜 가입자는 86만명이었다. 한달 만에 xSDL은 무려 33만명이 줄고 아파트랜은 32만명이 늘었다. 하나로텔레콤도 한달 사이에 xDSL 가입자는 82만명에서 77만명으로 줄고, 아파트랜 가입자는 69만명에서 72만명으로 늘었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한달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가 없다. 정통부와 사업자는 “FTTH 가입자를 통계에 넣으면서 구분방식을 세분화했고 xDSL과 랜 방식이 중복된 것은 구분했다”고 해명했다. 또 “SO 통계가 다른 것은 신고가 잘못됐고 랜의 정의도 다시 세웠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사업자는 “담당자가 항상 바뀌어서 잘 모르겠다”고까지 했다.

구차하다. 랜 정의가 바뀌었다면 발표할 때 부연설명을 했어야 했고 SO 통계가 틀렸다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다. 담당자가 바뀌어서 통계가 틀렸다는 말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자세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통신업계에서는 내부용과 정부보고용 자료가 다르다는 게 정설이다. 같은 수치를 두고도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보고한다는 것이다. 이미 번호이동한 가입자를 계속 자사 가입자로 보고하는 이동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통계는 산업 정책 수립의 토대다. 이번 통계 대란은 성장동력을 잃고 가입자 확보를 위해 숫자놀음하는 사업자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임이 분명하다.

  IT산업부·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