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b 용량의 애플 ‘아이팟 나노’의 2배가 넘는 음악을 저장할 수 있는 휴대폰이 등장했다. 삼성전자의 애니콜 휴대폰이 MP3플레이어의 대명사인 아이팟 명성에 도전하고 나선 것이다.
휴대폰 제조사의 대용량 제품 개발이 잇따르고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게 되면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제조사 간 경쟁이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내년 하반기 8Gb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휴대폰 시장규모가 수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휴대폰, 8Gb시대 개막=삼성전자는 22일 휴대폰 업계 최초로 8Gb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슈퍼뮤직폰 ‘SCH-B570’을 SK텔레콤을 통해 80만원대 가격에 선보였다. 지난 2004년 12월 1.5Gb급 하드디스크 폰을 출시한 지 2년 만이다. MP3 파일 1600개, PMP 영화 16편(400MB 기준) 등을 저장할 수 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그동안 대용량 휴대폰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였던 노키아와 도시바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게 됐다. 노키아와 도시바는 각각 4Gb 하드디스크를 채택한 단말기 ‘N91’와 ‘W41T’를 판매중이다. 삼성 슈퍼뮤직폰의 특징은 5.1채널 가상 스테레오를 구현하면서도 DMB 시청 시 동시화면(PIP) 기능도 지원한다는 점.
삼성전자 관계자는 “와이브로와 3.5세대 이동통신(HSDPA) 등 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발달할수록 휴대폰의 대용량화는 빨라질 것”이라며 “그러나 소비자 반응을 지켜보면서 8Gb 이상의 데이터 저장능력을 갖춘 단말기 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MP3플레이어에 선전포고=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8Gb급 휴대폰 출시가 MP3플레이어 제조사에 대한 선전포고로 해석한다. 디지털 음악 시장을 놓고 모바일 기술 접목으로 새로운 변신을 꾀하는 애플 아이팟 등 MP3플레이어와 한판 승부를 벌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세계 1위 MP3플레이어 업체인 애플의 거센 반격도 예상된다. 애플은 현재 이동통신사업자 및 휴대폰 제조사 등과 제휴해 이동통신 기능을 지원하는 새 아이팟 개발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저장매체, 하드디스크에서 플래시메모리=현재 삼성전자는 휴대폰 저장매체로 하드디스크와 플래시메모리를 동시에 채택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를 채택한 단말기는 현재까지 5개 모델이 개발됐다. 플래시메모리를 채택한 단말기로는 1Gb 용량의 뮤직스틱폰 ‘SCH-S4300’, 슬림기가 뮤직폰 ‘SCH-V940’ 등이 판매중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면서 휴대폰 저장매체가 기존 하드디스크에서 플래시메모리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드디스크가 플래시메모리에 비해 생산원가가 높지만 향후 플래시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면 저장매체 변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판단이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