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일본 따라잡기…R&D는 예외?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최근 취재를 위해 일본에 같이 간 국내 모 연구소 간부 직원의 넋두리다. 기자와 이 직원은 도쿄 인근 쓰쿠바에 있는 산업기술종합연구소를 찾았다. 이 연구소는 전국 10개 지역에 센터를 둔 일본 첨단기술 연구개발의 산실이다. 연구개발 인력만 2500명 내외며 예산은 1조원을 웃돈다. 로봇과 부품소재, 정밀가공 등 일본이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기술이 여기서 탄생한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 관계자들에게 현재 개발중인 기술을 듣고 이미 완성된 기술로 만든 제품을 보면서 앞선 일본의 기술 수준을 느낄 수 있었는데 또 하나, 예산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전체 예산의 90%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외부 연구 프로젝트나 기업과 공동 연구로 들여오는 예산은 10%를 밑돈다. 앞서 말한 그 직원은 믿기지 않는 듯 예산을 몇 번이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관계자는 오히려 “연구개발 결과가 모두 국가에 귀속되고 그 성과가 일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이용되는데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부 지원으로 국가 연구개발이 이뤄지는 일본과 달리 국내 공공 연구개발 기관 예산은 대부분 외부 프로젝트 수주에서 충당한다. 반대로 직접 지원은 매우 인색하다. 특혜 논란과 공정성 시비를 미연에 막기 위한 조치라고 보지만 일본에 비해 국내 연구개발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실제로 연구개발에 열중해야 할 인력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수백 장짜리 제안서 작업에 투입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부품소재 일본 따라잡기’를 외치며 국가 역량을 모으고 있지만 정작 최전방 공격수들은 ‘전투’ 준비가 아닌 ‘보급’ 업무에 정신이 없는 셈이다. 최근 몇년 동안의 노력으로 연구개발, 그 가운데서도 부품소재 분야에서 서서히 저만큼 앞서 가던 일본의 뒷모습을 포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칫 이 정도가 한계일 수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뛰자는 발상은 전근대적이다. 일본과 기술 수준 차를 좁히려면 그에 따른 연구개발 환경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일본의 기술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환경이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