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의혹에 빠진 `바다이야기`

 곪은 게 이제 터진 것인가. 혼란스럽고 어지럽다. ‘바다이야기’가 ‘의혹의 바다’에 빠졌다. 처음 ‘바다이야기’가 언론에 등장할 때 대다수는 “더위도 한풀 수그러지는데 웬 바다 이야기인가” 했다. 해운업계의 한 원로는 “바다 이야기라기에 해운에 관한 내용인줄 알고 자세히 읽었더니 ‘도박’에 관한 내용이었다”며 혀를 찼다.

 이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행정의 실패나 오류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 것이다. 결과를 보면 영상물등급심의위원회(영등위)는 사행성이 강한 오락기에 허가를 내줬다. 상품권 발행규모는 지난 한 해 28조원에 육박했다. 지코프라임의 바다이야기 게임기는 6만대 이상 팔려나갔다. 사행성 도박장이 편의점보다 많이 늘어났다. 사행성 게임으로 인해 패가망신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민원도 제기됐다. 현실은 이랬다. 그런데도 관리나 감독은 없었다. 화를 키운 셈이다. 늑장 대응이요 직무태만이다. 정부가 정책실패를 인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통령에 이어 국무총리도 정책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국무총리는 22일 “사행성 게임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못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국무총리는 또 사행성 게임을 ‘마약사업에 준하는 범죄 행위’ ‘게임의 탈을 쓴 도박’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에만 책임이 있는가. 정치권이나 게임업계도 책임이 있다. 국회는 제출된 사행산업감독위원회법과 상품권감사청구안 등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지난 4월 게임용 상품권 발행을 금지하는 법안은 폐기했다. 국회는 뒤늦게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사위에 계류된 사행산업감독위원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차 떠난 뒤 손드는 격이다. 게임업계도 위·변조를 통해 사행심을 부추겼다.

 정책실패를 놓고 문화관광부와 영등위가 서로 탓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바다이야기’ 심의과정에 관련업자의 로비와 정치권이나 권력 실세의 개입설이 꼬리를 문다. 검찰은 23일 영등위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압수 수색했다. 감사원도 문광부와 영등위를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신속하고 성역 없는 수사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정부가 게임강국을 구현하고자 했던 정책 방향은 옳다. 창의력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게 게임산업이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수록 문화 콘텐츠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2007년까지 세계 3대 게임강국으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식문화강국을 위해 문화 콘텐츠 산업발전을 위한 기반을 구축한다는 게 국정과제다.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같은 일부 게임이 게임산업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은 우리가 강국이다. 중국이나 일본 등지로 매년 게임을 수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데 있어 교각살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게임산업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업무이관을 비롯해 건전한 게임은 육성하고 사행성 게임은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경마와 경륜·복권·카지노 등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게임강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조용히 되짚어 보자. 누가 게임강국을 도박강국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의혹의 바다에 빠진 ‘바다이야기’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게임강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