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 조민호 감독의 신작 ‘강적’은 한국 영화계의 형사 전문 배우라 할 수 있는 박중훈이 일상에 찌들어 의욕을 잃은 종로서 강력반 형사를, 신예 천정명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숨가쁜 탈주를 시도하는 탈옥수 수현을 연기한 버디 액션 영화다.
여느 탈옥 영화처럼 줄거리는 간단하다. 자신이 과거 몸을 담았던 조직의 배신으로 억울하게 살인자 누명을 쓰고 투옥된 수현은 천신만고 끝에 탈옥에 성공하고 그 과정에서 패배주의에 휩싸인 채 삶의 동기를 잃고 살아가는 종로서 강력반 형사 성우를 인질로 삼게 된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탈주범과 세상 만사에 시니컬한 태도로 일관하는 루저 형사의 만남은 전형적인 버디 액션물의 구도를 보여준다.
도대체가 사건 해결보다는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성우의 무대포 기세에 오히려 수현이 당황스러워하면서 영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질주를 시작한다.
인사이드 맨
평범한 일상이 흘러가는 도심, 월 스트리트에 위치한 한 은행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강도에 의해 순식간에 점령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과 인질이 누구인지, 몇 명인지조차 드러나지 않는 혼란한 상황 속에 경찰들은 현장을 포위하고 유능한 협상가 키스 프레이저를 투입한다. 그러나 은행을 점령하고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로 모든 계획을 지휘하는 우두머리 달튼 러셀은 인질들에게 자신과 같은 옷을 입히고 마스크를 씌워 범인과 인질의 구분을 없애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미국 개봉 당시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며 오랜만에 스파이크 리의 흥행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매치 포인트
누구나 가지고 있는 신분 상승의 욕망을 ‘매치 포인트’라는 행운의 전환점을 빌어 이야기하는 매우 현실적인 통속극이다.
아일랜드 출신의 전직 테니스 선수인 크리스가 테니스에서 이루지 못한 성공의 꿈을 그가 개인 레슨을 하면서 만난 상류층 사회의 인물들을 통해 인생 역전을 노린다는 설정은 여느 드라마와 다를 바 없이 간단 명료하다. 하지만 우디 앨런이 손을 쓰니 이 진부한 공식을 적용한 드라마가 어느새 우아한 오페라처럼 고전적인 양식미를 띤다.
DVD 매체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본편 영상의 화질은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모범생같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거킨 빌딩이나 세인트 제임스 공원, 테이트 모던 갤러리 등 런던의 매력적인 명소들을 비추는 우아한 호흡의 촬영을 즐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화질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