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가 ‘뜨거운 감자’인 시청자방송평가지수(KI 지수)를 공개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KI 지수는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사를 직접 평가하는 잣대여서 공개될 경우 그간 시청률 위주로 이뤄져온 지상파의 경쟁에 새로운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방송위원회는 최근 KI 지수 공개 여부를 놓고 논의했으나 결론을 못 내리고 다음주 전체회의때 이를 공식 의제로 올릴 예정이다. 그러나 방송위원들 사이에서도 공개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이 분분해 논란이 일 전망이다.
◇KI 지수란=수용자평가지수로도 불리는 KI 지수는 지상파방송사를 평가하는 객관적인 지표로서 지난 2004년 개발됐다. 방송위원회가 시청자 패널 1만명을 조사한 결과로서 프로그램 평가지수, 방송사 이미지지수, 방송 도달력지수 등으로 돼 있다. 이 가운데 프로그램 평가지수는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만족도를, 방송사 이미지지수는 시청자가 받아들이는 방송사의 감성적·인지적 이미지와 사회적 공헌도를 각각 평가한다. 방송 도달력지수는 시청률와 유사하게 얼마나 많은 시청자가 방송을 봤는지를 조사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 경쟁에만 매달리는 폐해를 완화시켜줄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4월 첫 조사를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바 없다.
◇공개 여부=KI 지수는 매월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이는 지상파 3사에게만 통보 될 뿐 외부에는 비공개 사항이다.
한 방송위원은 “국가 예산을 들여 조사한 수치인데 상식적으로 공개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로선 KI 지수는 ‘뜨거운 감자’다. 시청자들이 직접 방송사에 매기는 점수이기 때문이다. 당장 KBS1· KBS2·MBC·SBS 등 4개 채널에 대해 매월 순위가 정해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또한 KI 지수가 가져올 파장을 고려할때 아직 신뢰성을 완전하게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선 KI 지수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보수언론이 의도적으로 수치를 호도해 지상파 방송사를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위원들이 KI 지수 공개가 가져올 민감한 파장에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또 다른 방송위원은 “3기 체제가 들어서자마자 공개를 결정하는 것은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며 “순리적으로 연말께 논의를 거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