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방·통융합추진위`에 거는 기대

[리더스포럼] `방·통융합추진위`에 거는 기대

 지난 7월 말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10여년 전부터 통신·방송 융합 문제가 이슈로 부각됐고, 관련기관 통합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도 이미 수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겨우 출범했네’라는 아쉬움이 짙다. 하지만 더 늦어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서둘러 좋은 결론을 내고 발빠르게 제도와 기구를 정비한다면 아쉬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통신·방송 융합을 촉진할 수 있는 우리의 여건은 매우 우수하다. 인터넷 보급률, 이동통신 신기술 최초 상용화, DMB 서비스 등 분명 우리나라는 통신·방송 기반시설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괴물’이나 ‘겨울연가’와 같은 영화나 드라마의 눈부신 성장을 보면 콘텐츠 부문에서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이같이 좋은 콘텐츠를 훌륭한 전송망을 통해 마음껏 향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안타까움은 위성방송 출범 후 이미 경험했다. 위성DMB의 지상파방송 재전송이 여전히 안 되고 있으며, 최근 IPTV에서 다시 한번 논란과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기회 상실이나 지연을 ‘단지 국민이 좀 참고 견디면 되는 것’쯤으로 넘길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좀 참으면서 천천히 도입해도 되는 사안이라면 아예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와 별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건 분명 아니다.

 1980년대까지 턱없이 부족했던 우리나라의 통신 인프라가 지금의 선진국 수준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연관산업이 발전했고,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와 국민소득 증가에 기여했다. 나아가 이 같은 가시적 성과는 발달된 통신수단을 쓰면서 얻는 국민편익과 만족의 증가와 더불어 더욱 값진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통신·방송이 융합되는 지점에서는 이러한 호의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 못하다. 이해당사자 간 의견 조정과 유연한 질서가 정립되지 못하는 탓이다. 문제는 혼란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점이다.

 방통융합추진위 출범으로 우리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물론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올해 말까지 중요 사안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이견이 첨예한 이해당사자 간 합의 도출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신규 미디어의 출현에 따른 지상파방송사의 위기감, 경쟁력 부족으로 인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고전하는 위성방송사, 여전히 많은 규제문제로 사업에 제약이 많다고 주장하는 유선방송사, 출범은 했지만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DMB의 고충, 유선방송사의 횡포와 열악한 영업환경으로 고전하는 소규모 PP의 힘겨운 발걸음, 방송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공정치 못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통신사업자의 토로 등 통신과 방송진영의 대다수 사업자는 융합에 따른 신기술 도입에 다양한 불만을 제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융합추진위가 어떤 결론을 도출한다 해도 이해당사자의 불만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존 제도에 새로운 기술을 맞추기보다는 기술 발전에 부합하도록 기존 제도를 정비해 국민이 좋은 서비스를 조기에 향유토록 함으로써 국민편익과 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큰 틀의 원칙에 동감한다면 융합추진위는 우리에게 적절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떤 해법을 제시해도 불만을 가지는 이해당사자가 존재하는 한 해법을 정리하는 절차의 정당성과 해법에 대한 논리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통신과 방송 분야에 대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으로 구성된 융합추진위를 발족한 것은 절차의 정당성과 논리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 위원회의 헌신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을 기대한다.

 hoicksuk@kisdi.re.kr